동물자유연대 : [부고] 2024년 7월 13일, 사랑스러운 우리 바겐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온 이야기

[부고] 2024년 7월 13일, 사랑스러운 우리 바겐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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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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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3일 새벽, 뇌척수염으로 투병 중이던 바겐이가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바겐이의 마지막, 외롭지 않게 가장 사랑하는 활동가들이 배웅했습니다.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던 소중하고 소중했던, 바겐이의 평안을 함께 바라주세요🙏

그동안 바겐이의 곁을 지켜주신 모든 분,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바겐이는 아주 행복한 생을 살았습니다. 바겐이를 추모하며 7년 간 바겐이를 돌봐왔던 송영인 선임 활동가가 마지막 부고를 전합니다.


안녕, 송바겐



<바겐이의 장례식>

바겐아, 네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오게될 줄 몰랐어. 정말 몰랐어서 실은 마음이 너무 많이 아파. 눈물도 너무 많이 나. 니가 떠난 날 종일 잠만 잤어. 그리고 일어났는데, 너가 없었어. 현실을 다시 마주하고 모든 게 꿈이 아니라 또 많이 울었어. 왜 꿈이 아니지, 왜 너가 없지, 진짜 너가 내 곁에 없다. 없다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다시 느꼈어. 없다. 진짜로 없다. 네가.



<2015년, 구조 당시 롤스와 바겐이>



<2021년, 누나 활동가와 함께>

바겐아, 나는 네가 정말 좋았어. 널 처음 만난 날부터 너의 가족이 되고 싶었어. 디스크로 하반신이 마비된 너가 다시 센터로 왔어. 그날 너는 입양가족과 헤어지는 날이었어. 네게 참 힘든 날이었을 텐데, 하염없이 우는 가족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옮기더라. 그렇게 덤덤하게 너는 새로운 자리를 찾아갔어. 사실 그게 너무 마음 아팠어. 덤덤한 네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네 모습에 코끝이 시렸어. 왜 이렇게 의젓하게 이별을 맞이할까, 어떤 투정도 부리지 않는 네가 슬펐어.




<코찡긋하는 바겐이>



<휠체어 타고 달리는 바겐이>


바겐아, 넌 날보면 항상 코를 찡긋하며 웃어줬다. 내가 너를 볼 때 이를 보이고 환히 웃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너의 표현을 최선을 다해 알아차렸고, 넌 내게 아주 커다란 마음을 전해줬어. 우리가 그렇게 7년을 보냈네, 벌써. 너는 기분 좋으면 뱅뱅 신나는 원을 그렸어. 휠체어를 타고 달리다가도 크게 원을 한바퀴 그려. 그럼 그날은 너의 기분이 최고인거야. 너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게 또 있었는데, 바로 간식! 통통하고 두툼한 손으로 자꾸 내 다리를 긁어. 간식을 달라고 벅벅 계속 나를 긁어대. 다른 활동가들한테는 간식 달라고 옷도 물고 늘어졌잖아. 그러다가 실수로 다리를 깨물기도 했지. 누나 눈치 살살 봐가며 간식을 뜯고 다니던 네가 너무 귀여웠어. 사랑스러웠어. 바겐아, 넌 어쩜 모든 구석이 사랑스러웠을까? 하나라도 미운 구석이 있었으면 지금쯤 덜 슬펐을까. 하지만 어떻게 해도 미운 구석이 있을 수가 없지. 넌 정말 완벽한 내 짝꿍이었으니까.




<투병 중이던 바겐이>


바겐아, 이건 너가 걱정할까봐 얘기해주는 거야. 너를 돌보면서 난 단 한순간도 힘든 적이 없었어. 정말이야. 시간마다 배변해주는 것도 행복했어. 그리고 요즘에는 거대식도증 때문에 무언가 먹으면 널 20분씩 안고 있어야 했잖아. 사실 난 그것도 귀찮지 않았어. 너랑 안고 시간을 보낼 핑계가 생겨서 그것마저 좋았어. 바람은 하나였어. 그냥 숨 편히 쉬고 잘 먹다가 떠나면 좋겠다. 하루를 살아도 예전처럼 보내면 좋겠다. 그거 하나였어.




<우리는 송씨 패밀리>


바겐아, 그거 알아? 나도 이건 이번에 알게 된건데, 네치 있잖아. 네치가 널 많이 좋아했나봐. 너가 우리집에 놀러올 때 네치가 꼬리흔들면서 엄청 반겨줬잖아. 그리고 배변할 때면 꼭 네 주변에 있는 창가로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날아가는 새들한테 짖었잖아. 그게 다 ‘바겐이 쉬야하니까 아무도 오지마!’하면서 지켜주는 거였나봐. 얼마 전에 토롱이가 집에 놀러왔는데, 토롱이가 배변할 때는 아무런 것도 안해주더라고. 이 웃긴 모습을 너도 봤어야했는데, 아쉽다. 그치?


그리고 너가 많이 걱정할 롤스, 롤스는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 가끔은 낑낑거리며 너를 찾는 거 같기도 해. 그래도 밥도 잘 먹고 꼬리도 잘 흔들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 롤스는 잘 이겨낼 거야. 지금도 좋아하는 이불 돌돌 감아서 편히 자고 있거든. 형아바라기 롤스, 누나가 잘 지켜줄게. 우리 꼭 잘 지낼게.







내 성을 따서 송바겐이, 모두가 널 그렇게 불렀어. 송바겐, 송롤스 송씨 패밀리 꽤 재밌게 살았다. 그치? 바겐이 없는 송씨 패밀리라, 나 사실 조금 두렵거든? 근데 잘 버텨볼게. 우리 바겐이가 누나가 엉엉 울기만 하는 거 바라지 않을 거 너무 잘 아니까. 그래서 내 꿈에도 나왔잖아. 정말 간절히 바랐거든. 네가 맛있는 거 한번만 맛있게 먹고 떠나기를. 근데 네가 꿈에 나와서 내가 주는 음식을 와구와구 맛있게 먹더라. 예전처럼 말이야. 고마워 바겐아. 어떻게든 나와 있어줘서, 나의 친구가, 동생이 되어줘서 너무 고마워. 널 만나서 내 삶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어. 다 네 덕이야. 너도 날 만나서 행복했다는 거 알아. 네 표정, 눈빛을 보면 모를 수가 없잖아. 겨우 숨을 내쉬면서도 나만 쳐다봤어. 그렇게 언제나 네 시선은 모두 나를 향했어. 새벽 3시에 네가 물 먹는 소리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도, 또 한동안 널 껴안고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길 기다려야 해도 난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았어. 우린 이렇게 끈끈했으니까, 우리에게 큰일은 아무것도 없던 거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서로의 시간에 머물렀다고 생각해.







바겐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꿈에 나와 얘기해줘. 누나가 다 사줄게. 누나 잘 버틸 수 있으니까 언제든 꿈에 찾아와도 돼. 걱정하지 말고. 걱정하고, 힘든건 누나가 다 해줄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편히 가. 많이 보고싶을 거야. 우리 송바겐이. 많이 많이 사랑해. 안녕, 송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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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코언니 2024-07-15 16:04 | 삭제

바겐아..그동안 고생많았어..늘 멀리서 휠체어 타고 씩씩하게 달려와주고 웃으며 인사해주던 모습 잊지 않을게. 사랑하구...고마워


살구링 2024-07-15 16:10 | 삭제

바겐아 그래도 네가 사랑속에서 떠난거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사랑스러운 바겐이 대견한 바겐이 댕댕별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길 바랄게


해피언니 2024-07-15 16:51 | 삭제

바겐아 잘가 잘가렴


나무 2024-07-15 19:12 | 삭제

바겐아 댕댕이별에서는 항상 행복하길 바랄게


봄보리탄 2024-07-15 19:13 | 삭제

바겐이 많이 아팠을텐데 고생많았어~~댕댕별에서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랄게! 따뜻하게 돌봐주신 송영임 활동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모언니 2024-07-15 20:51 | 삭제

바겐아잘가 !! 강아지별에서는 씽씽 달리자 🩷


딩동파파 2024-07-15 22:36 | 삭제

바겐아 잘가. 거기서는 네 다리로 마음껏 뛰어놀으렴. 활동가님 힘내세요.


강산들 2024-07-15 22:37 | 삭제

오래도록 널 기억할게,
편히 쉬어


히피날라하우스 2024-07-16 01:31 | 삭제

활기차게, 해맑게 웃으며 달려오던 바겐이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거야. 바겐이 주변에는 언제나 웃음꽃이 피었고, 활동가님들 곁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즐거운 모습으로 생활하던 그 모습을 기억하며, 좋은 곳에서 평안하게 머물기를 기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