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고] 2023년 8월 21일, 아팠던 목화가 별이 되었습니다.

온 이야기

[부고] 2023년 8월 21일, 아팠던 목화가 별이 되었습니다.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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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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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흐려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목화에게 인사를 하려고 열어두었던 제 목구멍이 막혀 옵니다. 목화가 저 멀리 보이는데 평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목화가 일어나기를 기다립니다. 목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예 움직이지 않습니다.

깔아준 담요 위에 가만히 누워있는 목화. 아무도 없는 병원 안에서 조용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 목화. 들려오던 목화의 기침 소리가 없는 공간.

2023 8 21일 아팠던 목화의 심장이 멈췄습니다. 그렇게 목화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지난 2021 1, 경기도 곤지암 번식장에서 113마리의 개들과 함께 동물자유연대에  오게 된 목화는 치료를 해야 하는 심장병과 만성 기관지염을 가진 채 구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번 기침하는 것이 목화의 일상이었고, 동시에 평생 약을 먹으며 지내야 했습니다.

시선을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환경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목화는 새하얀 털만큼이나 순수한 눈빛을 가진 생명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예쁘게 미용도 하고, 뽀송한 쿠션에서 잠도 자게 되고, 맛있는 밥과 간식으로 배도 불릴 수 있고, 마음속에 사랑이 그득한 활동가들에게 따뜻함도 담뿍 받고.

태어나 눈을 떠 공기를 처음 들이마셨던 그 순간의 나날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에서 목화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웃는 법을 배웠습니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요.



사실 목화는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보듬어 주는 손길이 낯설어 도망도 다니고 숨기도 하고 간식도 본체만체, 부르는 이름도 들은 체 만 채. 눈동자는 눈치를 보느라 항상 바쁘던 목화. 그저 특별한 장면 없이 일상적으로 흘러가던 목화와의 일상들.

그러던 목화의 마음이 언제부터 저에게 흘러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어느 날부터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이따금 제 빈자리를 지키고, 나가는 저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낑낑대며 불안해하더라고요. 그런 녀석에게 마음을 홀딱 빼앗기는 일, 정말이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겨우 추정 나이 5살이던 목화가 이렇게 갑자기 곁을 떠나다니. 사실 821일 아침에 제가 할 일은 목화와의 이별이 아닌 아침 산책이었습니다초점 없는 눈동자를 감겨주는 게 아닌 평소와 다름없이 끼어있는 목화의 눈곱을 떼주는 것이었습니다. 가끔 누워서 소변을 보는 목화의 엉덩이를 닦아주는 게 제 할 일이었고, 어제처럼 그릇에 듬뿍 담아 밥을 내어주는 것이 오늘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죽어있는 목화의 몸을 만지며 엉엉 우는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꼭 곁으로 와서 소변을 누고 한숨을 푹 쉬고 잠을 청하던 목화가 이제는 없습니다.

 


목화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길. 항상 만져지던 녀석이 없다는 현실만으로도 모든 의욕을 잃게 했던 그 순간. 저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목화를 불러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지막이 혼잣말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기침을 하면서도 맛있게 밥을 먹던 목화야, 진짜 다행히 내가 어제 저녁밥을 맛있게 넉넉히 차려주었지 뭐니. 간식도 그렇구. 한두 개는 더 줄걸. 그치?

퇴근할 때 가만히 앉아있던 네 모습, 네 눈빛, 네 기침 소리 다 기억해.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거든.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거기서는 제발 기침하지 말고 평온한 숨 쉬면서 지내. 거기서는 그럴 수 있어. 무서워하지 말고 긴장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마. 이제는 그럴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목화야, 이곳에서 너를 만나고 만지고 예뻐했던 모든 사람이 널 사랑하니까 혹여라도 외로워하지마갑자기 떠나 너무 그리운데 너를 보고 싶은 날이면 이렇게라도 마음속으로 불러낼게. 무엇보다 이 말은 꼭 닿았으면 좋겠어. 고마웠어 목화야. 너 때문에 출근이 좋았어. 진짜인 거 넌 알지? 아참, 내가 깔아준 담요 위에서 눈감아준 것도 고마워. 평소처럼 너 맨바닥에 있었으면 더 무너져 내렸을 거야. 진짜 고마워. 사랑해. 기침 노노!


묵묵히 목화의 곁에서 다정한 위로가 되어주었던 엄슬비 활동가가 목화를 추억하며 부고를 남깁니다. 목화의 평안을 함께 바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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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김선미 2023-08-28 16:26 | 삭제

목화야~~~고생많았다~~~사람이 내가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구나~~그곳에선 아프지말고 행복하게 지내~~~사랑해~~♡♡


함서창 2023-08-28 17:00 | 삭제

온센터 인스타그램에서 목화의 부고 소식을 보고 왔습니다. 목화를 사랑하는 활동가님의 슬픔이 절절히 느껴져 더더욱 슬픈 이별입니다..
목화야! 그곳에서는 더이상 기침도 두려움도 없을거야. 따뜻하고 예쁜 목소리로 훗날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즐겁게 숨쉬며 맛있는 까까 많이 먹고 푹 잠도 자고, 그렇게 기다려주렴. 평온하고 편안하게 쉬길 바래.
활동가님 그동안 목화를 사랑으로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분명 목화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에요.


김미정 2023-08-29 13:10 | 삭제

마음이 너무 무겁게 느껴집니다,
사람들한테 상처받고 버림받는 동물들이 없어으면
합니다 ㅡ목화야 그곳에서는 아프지말고 행복하게 지내


손아영 2023-08-31 09:08 | 삭제

한반도 본적은없지만 너의건강을 후원하던 엄마야....
너무 어리고 채 꽃도피워보지못하고 떠나버렸구나...
보호자없이 깜깜한 곳에서 아파서 신흠했을 널 생각하니 눈물이 나는구나...
사랑한다


고광임 2023-09-04 09:38 | 삭제

너무예쁜천사아가입니다
하늘나라가서다음엔꼭사람으로태어나길바래봅니다
가슴이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