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 2025.08.25
신부전으로 투병 중이던 레옹이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구조 당시 레옹이는 기능을 하지 못하던 한쪽 신장을 절제해야 했기 때문에, 입주와 동시에 신부전 관리를 받았습니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수의사의 소견에도 활동가들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레옹이의 시간을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장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져 배뇨까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고, 결국 레옹이는 많은 사람들의 애정 담긴 마음을 타고 평온한 곳으로 떠났습니다.
입원 중에도 레옹이는 평소와 같았습니다. 손길을 반겨주고, 간식을 맛있게 받아먹고, 싫고 불편한 것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적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묘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가운 눈빛을 보내주던 레옹이. 그렇게 내내 인기척만 기다리고 있었으면서 친구들에게 양보하느라 가장 마지막에 예쁨 받는 레옹이가 늘 마음에 남아, 활동가들은 부러 레옹이에게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연이은 이별에 늘 묘사 입구에서 반겨주던 레옹이 마저 떠나 너무나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더 이상 고통 없는 곳에 다다랐을 모습을 그리며 레옹이의 평안을 바랍니다. 사랑하는 레옹이를 보내며 활동가들의 편지를 전합니다.
레옹아, 안녕. 2년 전 길에서 나비라는 이름으로 살던 네가, 레옹이라는 이름으로 입주한 그 날이 아직도 나는 생생해. 신장 절제술을 받았던 네가 그렇게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고 했던 그 순간도 말이야.
내가 너를 정말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참 많이 들었었는데. 하지만 레옹아, 너는 그런 내게 용기를 주는 존재였어. 더 잘 돌보고 싶었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 그런 마음이 들게 해주는 아이였지, 너는.
처음 만났던 너는 참 씩씩하면서도 다정했어. 사랑받는 걸 좋아하면서도 늘 친구들에게 양보하던 네가 벌써 그리워.
면회갔던 그 날, 우리를 알아봤는지 고개를 움직이는 너의 모습. 자세를 고쳐주려 하자 불편했는지 짜증도 내는 모습. 나는 그 모습들에서 네가 조금 더 우리 곁에 머물러 줄 거라는 희망을 품었었는데. 우리가 조금 더 오래 함께했다고 해서 내 아쉬움이 작아지지는 않았을 거야. 그저 네가 떠나는 그 순간 많이 힘들지 않았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야.
레옹아, 네가 떠나는 길에 아쉬운 마음만 전하고 싶지는 않네. 그래도 참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지냈잖아. 그치? 언제나 너의 편함과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지냈다는 거 꼭 잊으면 안돼. 너는 그만큼 사랑 받는 존재였고, 사랑스러운 존재였으니까.
네가 보여준 용기와 생의 가치는 언제까지나 내 기억 속에 살아 있을 거야. 이제는 네가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곳, 아프지 않은 곳에서 마음껏 행복하기를 바라.
레옹아, 잘 도착했어?
고양이 별에선 의젓한 모습 안 보여줘도 돼 알지? 혹여나 아프면 아프다고, 맛있는 거 있으면 양보하지 말고.. 레옹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되니깐 눈치보지 말고 천천히 다 먹어 다른 냥이들 간식도 넉넉하게 챙겨줬으니깐 걱정 말구
활동가들이 레옹일 정말 아끼고 사랑했던 거 알고 있지? 레옹이는 어딜 가도 사랑 받을 아이니깐.
아침에 오면 방에서 냐옹하며 반겨주던, 청소할 땐 빗자루 위에 발라당 누워서 놀아달라던, 캣티오에서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즐기던. 레옹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야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하며 추억할게. 많이 그립다 레옹아..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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