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5일, 22살 온센터 최고령견 단비가 별이 되었습니다.
2001년 4월 11일 생인 단비. 사랑하는 가족이 암 말기 판정을 받아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고 온센터에 오게 되었어. 슬픔은 어서 잊고 단비에게 또 다른 행복이 되어줄 날이 오길 바라며 지내왔는데 생각보다 노화와 건강 악화가 빨리 진행되어 우리 단비도 긴 시간 남지 않은 걸 깨달았어.
전날 마지막으로 본 단비 모습도 안 좋았지만, 이렇게 빨리 이별이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어. 하루마다 상태가 다른 단비 모습에 그동안 잘 견뎌주어서 이번에도 조금만 시간 지나면 완벽히 낫진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어. 매번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머리론 알고서 마음으로는 나도 모르게 부정하고 싶었나 봐. 장마철 비가 한없이 내리듯, 눈물이 계속 그치지가 않더라.. 정말 하루하루가 다른 단비 모습에 오늘은 정말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말았어. 쿠션에 쉬고 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선 힘없는 걸음으로 앞에 앉아 있던 내게 다가오려 했어. 평소의 걸음과 까랑히 짖던 짖음은 온데간데없고, 소리없는 힘없는 짖음으로 점점 더 내게 다가왔어.. 자꾸만 어두워지는 단비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최대한 끝까지 곁에 있어주고, 만져주는 것뿐이어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너무 컸어.. 마지막까지도 온 힘 다해 내게 와주는 단비 모습에 고맙고 너무 미안해..
우리 단비 잘 도착했을까? 지금은 아픈 곳 없이 눈도 보이고 귀도 들리면서 쌩쌩 뛰어놀고 있는 거 맞지? 오늘 안 그래도 정말 운명처럼 단비가 인사해 주러 온 건지 꿈에 나왔어. 꿈에서 너는 현재와 다른 모습을 보이며 나이 든 흰색 털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까만 색 털에 두 눈도 잘 보이고 평소와 다른 걸음으로 폴짝폴짝 뛰며 짧은 다리로 내게 달려왔어. 아무 소리 없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앞에 잠시 섰다가 다시 가버리고서 나는 그 자리에서 깨버렸어. 깨고 한참을 벙쪘어.. 원래 죽음은 말이 없다고 하잖아, 정말 단비가 말없이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러 와준 건지 생각했어. 우리 단비, 잘 도착했다고 정말 꿈에 인사하러 온 거야? 꿈에 나온 모습이 너무 생생하고 보기 좋아서 안심이 됐어.. 깨기 싫은 행복한 꿈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전날 많은 단비 생각들로 가득해서 그런지 우리 예쁜 단비가 찾아와 줬나 봐.
아직도 노견정에는 너무 많은 단비 흔적들이 선명히 남아있어. 칠판에 적힌 단비 이름, 수많은 약과 수액, 단비가 좋아하는 쿠션 등등..
아직도 단비가 가장 좋아하는 쿠션에서 잠자고 있을 것만 같아. 아침마다 방에 들어서면 내 냄새를 맡고선 쿠션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했어. 다른 아이들이 먼저 나를 반기며 왕왕 짖음에도 꿈쩍 않는 단비는 후각이 유난히 좋은 아이라 그렇게 냄새를 맡고선 거실로 나가고 싶다고 문을 열어 달라며 다가왔어. 이젠 단비 너의 몸짓, 제스처 하나에도 쉬가 마려운지, 응가가 마려운지, 다른 쿠션으로 가고 싶은지, 물을 마시고 싶은지, 마당을 가고 싶은지.. 사소한 행동에도 몸으로 말해주며 전부 캐치가 되어서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음에 행복했어. 쿠션에서 푹 쉬다가도 일어서는 단비를 보며 마당을 가고 싶어 하는 걸음에 안고 내려주면 한참을 햇볕을 쐬다, 다시 쉬고 싶을 땐 들어오는 힘없는 걸음에도 걸을 수 있음에 항상 기특하고 고마웠어.
단비야 그거 알아? 우리 단비가 있었기에 노견정이 존재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웃음을 많이 안겨 주었어. 너의 늙음 속에서도 많은 사랑 받은 시절이 있다는 걸 안고 가줬으면 해. 우리 센터 가장 대표인 최고 장수견 단비, 영원한 최고령 단비 타이틀 안고, 위에서도 꼭 장수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해.
하루 3번씩 맞던 수액과 먹기 싫은 수많은 약들도 이제 안 먹어도 되니까 우리 단비 마음 편히 좋아하는 산책도 맘껏 하면서 뛰어놀자. 우리 단비는 똑똑하니까 위에서 엄마도 한눈에 알아볼 거야. 만나서 누리지 못한 시간들 꼭 마음껏 누리며 아픔 없이 웃음만이 가득하길 바라.
단비야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곁에 함께해 줘서 너무 고마워. 이제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공놀이, 못 먹었던 간식 실컷 먹으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말로 표현 다 못 할 만큼 사랑해 단비야. 정말 많이 사랑해, 고맙고 우리 단비, 절대 잊지 않을게. 단비야, 많이 많이 사랑해!
- 단비와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매일 곁을 함께한 구소희 활동가가 부고를 전합니다.
김민정 2022-07-27 17:41 | 삭제
단비야 너의 짧았지만 너의 대부모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 강아지나라에서 잘지냈으면 좋겠다.
숀형 2022-07-27 17:43 | 삭제
단비야, 널 알아서, 널 안을 수 있어서, 네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고마웠어.
편안히 쉬렴.
숀형 2022-07-27 17:51 | 삭제
활동가이신 구소희 님께도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단비의 평안한 영면과 즐거운 공놀이를 위해 정성스레 기도드립니다.
김희진 2022-07-27 17:54 | 삭제
단비야~~잘가~~
예쁜 단비를 알게 되서 넘 행복햇어
하늘 나라에서 행복하게 건강하게 지내렴~~
강경숙 2022-07-27 18:09 | 삭제
단비야.잘가.거기서는 눈도보이고 건강하게 잘 지내렴.너를 후원하면서 행복하고 좋았어.잊지않을께.
한길완 2022-07-27 21:12 | 삭제
단비야.
편히 쉬거라.
사랑해.
구소희 님 고맙습니다.
강경숙 2022-07-27 21:37 | 삭제
단비 마지막까지 곱게 잘 보내주신거같아 감사합니다.구소희님꺼도 감사드립니다.단비는 엄마만나서 행복한시간 보내고 있겠지요.단비도 단비엄마도 그리길지 않은시간에 서로 만났네요...보호소의 감사함에 또다른 아이를 후원할 생각입니다.끝까지 잘 보살펴주신거같아 후원한 보람을 느낌니다.감사합니다
이선미 2022-07-29 13:21 | 삭제
단비야 멀리서나마 응원했는데 무지개 건너 편안히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길...
곽현철 2022-07-30 00:39 | 삭제
단비야 너무 이쁜 단비야...너의 대부모가 되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단다...
이제 편안히 무지개다리를 건너 마음껏 뛰어놀고 편히 쉬렴...
이 세상에 와주어서 고맙고 단비가 보아온 세상이 행복하고 편안했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