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imal Home Essay>
"시골개 곰순이,해순이,달순이"
시골개들에게 관심과 희망을..
-글. 윤정임 센터장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방문해 보신 분들은 아실거예요. 센터 초입 작은 다리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시골개들. 작은 마을인데 구석구석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는 개들이 꽤 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오며가며 간식주고 눈 맞추다보면 어느새 없어지는 시골개들의 운명을 반려동물복지센터가 건립되고 5년 동안 가슴 아프게 봐 왔습니다.
2018년 3월, 시골개 집 지어주기-> https://www.animals.or.kr/center/essay/14273
작년 3월, 짧은 목줄에 묶인것도 모자라 그 줄이 수시로 꼬여 편하게 숨쉬지 못하던 위 사진의 곰순이와 도비를 위해 묶여 있지 않아도 되는 집을 지어 줬습니다. 집을 지어주고 얼마 뒤.. 곰순이가 5마리의 아기 강아지를 출산했습니다. 집을 지어 격리하기 전에 이미 임신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곰순이의 아가들은 예상했던대로 이집저집으로 뿔뿔히 흩어 지고 어미개 곰순이에겐 2마리의 공주님만 남았습니다.
2018년 7월, 개 집을 아무리 지은들.. ->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852294.html
곰순이의 주인할머니는 강아지들이 점점 커지자 버거워 하셨습니다. 매일 줄 잔반도 4마리 분량이 나오지 않고 변 청소를 하는것도 힘들다고요. 그래서 곰순이가 한번 더 강아지를 낳으면 암컷 강아지 한 마리 남기고 나머지 큰 개들은 다른 집으로 보낸다고 수시로 말씀하셨습니다. 동물자유연대에서 중성화수술과 개들이 먹을 사료를 지원해 주겠다고 계속 설득했습니다. 오랜 설득 끝에 곰순이가 낳은 강아지 2마리만 키우기로 하셨습니다. 어미개 곰순이는 출산하지 않도록 반려동물복지센터에 데려 왔구요. 아빠 개 도비는 이미 다른 곳으로 보낸 후였습니다.
곰순이의 아가들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엄마 곰순이를 닮아 순박하고 착하게 자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인할머니께서 이사를 가셨습니다. 할머니의 아들은 녀석들, 어디 잡아먹지 않는 곳에 보내달라 당부하시네요. 반려동물복지센터에 대형견 두마리를 들일 공간이 없어 출퇴근길에 챙기겠으니 걱정말라 전했습니다. 하루에 한 번만 들여다봐도 지금보단 청결할테니까요 ㅠ
아침저녁으로 녀석들을 돌봤습니다. 저희 활동가들의 차가 지나가면 귀신같이 알고 반가워 합니다. 고마운 건 알겠는데 견사 안에 들어 온 쥐를 일주일에 1~2마리씩 잡아놓아 식겁하기도 했습니다. 주인은 떠나고 없지만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하지만 주인 없는 마당에 덩그러니 남은 황구 두마리는 안전에 위협이 큽니다. 누구나 견사 문만 열면 데려갈 수 있으니까요. 마을 노인회에서 황구들의 주인이 이사간 걸 알고 데려간다 합니다.
"동물자유연대에 개들을 부탁하고 가셨어욧!!!"
라고 아랫배에서 끌어올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자물쇠를 사다가 견사문을 잠궈버렸습니다. 불안함이 커져갈 무렵, 우리 동물관리팀 활동가들이 어찌저찌 자리 마련하여 결국 센터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눈물을 머금고 남아 있는 견사를 철거했습니다. 빈 견사는 곧 다른 개들로 채워질 테니까요.
시골개들이 비와 눈도 피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곳이라 처음부터 튼튼하게 지었더니 지붕을 분리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싹 치워버렸습니다. 많은 개들이 구름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졌을 이 땅을 보고 있자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대부분 시골개들의 삶은 어미개가 강아지를 낳으면 어미개는 곧 다른 곳으로 보내집니다. 새끼 낳을 암컷 강아지 한마리 남기고 나머지 강아지들도 이집저집 흩어지고요. 이 굴레는 왠만해서는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센터로 온 녀석들은 '다리 옆에 있는 황구들'에서 '해순이'와 '달순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녀석들..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뜀박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해순이와 달순이가 살던 견사는 제자리에서 뛰는 것 외엔 달릴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거든요. 너무 신나하는 두 녀석을 보고 있으니 짧은 줄에 묶여 발을 동동 구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수 많은 시골개들 생각에 우울함이 밀려 옵니다.
욘석은 해순이와 달순이의 어미인 곰순이입니다. 주인 할머니께서 계속 출산을 시킨다고 하여 작년에 설득해서 먼저 데려왔습니다. 겁이 많고 예민했었는데 밝아졌습니다. 오랫만에 만났지만 해순이와 달순이가 딸인데 텃새를 부리다가 딸들의 연합공격에 당해 상처가 났습니다. 작은 상처지만 대형견 3마리가 함께 지내긴 공간이 좁고 밤새 싸움이 나서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다시 각 방을 쓰며 딸들과 헤어졌습니다.
곰순이, 해순이, 달순이의 주인할머니와 아드님은 좋은 분들이세요. 키우는 동물에게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모르시지만요. 원칙도 있으십니다. 잡아먹을 것 같은 집에는 개들을 보내지 않으십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키우는 동물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이 없고 생을 다할때까지 보호할 수 없다면 동물을 키우면 안됩니다. 무책임하게 새끼를 낳게 해서도 안되구요.
살아 있는 생명, 특히 지각력이 뛰어난 '개'는 관심과 보살핌이 절대적입니다. 짧은 줄에 묶여 뛰고, 걷고, 냄새 맡는 기본적인 욕구도 채울 수 없고 폭염과 혹한에 노출되어 질병에 시달리고 가장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를 차단당하고 사는 것은 무덤입니다. 하지만 시골개들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게 주어 진 삶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허가 받은 사람만이 개를 키울 수 있고 허가는 매년 갱신해야 합니다. 중성화수술 유무에 따라 세금을 달리해 가정에서 무분별하게 번식시키는 행위도 막습니다. 또한 한 사람이 최대 3마리의 개만 기를 수 있도록 해 능력 이상으로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동물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지 않거나 소홀히 하고 방치하는 '애니멀호딩'을 막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지만 환경과 삶은 반려동물과 거리가 먼, 주인에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외롭고 고단한 시간에 갇힌 한국 시골개들의 삶은 캐나다처럼 '동물보호법'으로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책임질 수 있는 한계선을 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조원경 2019-07-05 13:48 | 삭제
맞아요. 생을 다할 때 까지 키우지 못하면 안키우는게 답입니다. 저희 시골집도 케어를 못해서 다른 집에 보냈는데. 다시 묶여있을 까 걱정했더니 다행히 방에서 키우는 집으로 갔네요. 다시는 강아지 데려오지 말라고 했어요. 시골 개들뿐아니라 여기 서울 .경기에서도 묶여서 1m도 안되는 공간만 허락받은 아이들이 많아요. 독일처럼 법제화가 잘 되길 바래봅니다.
조원경 2019-07-05 13:49 | 삭제
강아지들 표정부터 다르네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