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아롱이의 마지막 출산

온 이야기

아롱이의 마지막 출산

  • 동자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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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1.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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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말, 아롱이와 다롱이가 평생의 굴레였을 종견장의 좁은 케이지에서 해방돼 우리에게 왔습니다.

비교적 젊고 쾌활한 다롱이에 비해 아롱이는 이미 많이 늙고 지쳐있었습니다. 평생을 좁은 케이지에 갇혀 새끼만 낳고 살아온 덕에 축 쳐진 젖살과 한쪽 눈에 낀 백태까지… 외관상 이쁜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경우 입양도 어려울 게 분명하니,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아롱이의 눈빛이 더욱더 마음 아팠습니다.

아롱이의 임신 사실을 안 것은 단체 인도 후 한 달이 넘은 뒤였습니다. 사무실에서 보호 중인 모든 수컷들은 이미 중성화 수술이 되어있는 터라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면서 해본 초음파 검사 결과, 이미 예정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고 배속에는 다섯 마리의 새끼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새끼 낳는 고통을 겪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롱이에겐 또 한번의 고통이 남아있었던 겁니다. 그렇더라도, 새 생명의 탄생을 어찌 축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마지막 새끼를 우리에게 와 낳게 됐으니, 그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인도 후 계속 받았던 피부병 치료가 배속의 새끼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부견을 알 수 없는 상태라 아롱이와 아롱이의 새끼들에게 제2의 고통이 따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축복 속에 2003년 11월 14일, 아롱이는 5마리의 건강한 시추 종 새끼를 낳았습니다. 아롱이는 그간의 경험에서인지 노련한 산모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출산 후, 아롱이에게서는 방금 새끼 낳은 개가 보이는 예민함과 사나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혼자서 끙끙대며 새끼를 낳았고, 젖먹이는 게 힘에 벅차 헉헉대면서도 혼자 조용히 힘들어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견디는 아롱이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겠지요.

아롱이의 출산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축복을 보내주시고, 아롱이와 아가들에게 필요한 물품과 비용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회원 가운데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롱이가 태어나서 지금 같은 사랑을 받아보는 건 처음일거라고. 아마 지금이 태어나서 제일 행복한 때일거라고.

저는 아직도 걱정입니다. 과연 지금과 같은 아롱이의 행복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젖을 떼고 나면 새끼들은 모두 빠른 시일 내에 입양이 되고, 아롱이는 이 사무실에 혼자 남겨지겠죠. 관심을 보여줬던 모두의 기억에서도 곧 사라지게 될거구요.

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만이 아롱이가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힘입니다. 아가들과 같은 좋은 입양처가 아롱이에게도 꼭 필요하니까요. 제 바람은 아롱이와 아가들이 입양 후에도 서로 소식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가족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아롱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턱없이 큰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니겠죠?

앞으로는 아롱이와 아가들의 앞날에 축복만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 아직도 좁은 케이지 안에서 아롱이가 겪었던 고통을 겪고 있을 많은 아롱이 친구들에게도 어서 빨리 해방의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아롱이의 막내인 다섯째는 제대로 젖 한 번 빨지 못하고, 태어난 지 3일 만에 제 손위에서 크게 두 번의 숨을 내쉬고는 그만 별이 되었습니다.

아롱이와 아가들을 후원해주실 분은 [ 온라인 후원하기 ]를 누르면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 동자련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8-2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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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쿠키 2003-11-25 11:49 | 삭제

아롱이가 우리의 우려대로 금요일 저녁에 산기가 있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니 고통스러운지 벽에 발려진 벽지를 물어뜯더군요..아무래도 자원활동가들이 오는 주말은 산만할 수 밖에 없으니 걱정도 되고 아무도 없는 밤에 출산할까봐 결국 상근간사님이 집으로 데려가셨고 집에 가자마자 첫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간사님 어머니께서도 아롱이 출산때문에 밤늦도록 고생하셨고 거기에 미역국까지 끓여주시는 등 너무 고마운 분들의 손길의 축복 가운데 아롱이가 출산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바램처럼 아롱이 가족이 앞으로도 계속 축복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세상에 2003-11-25 14:48 | 삭제

그럼 아롱이는 새끼를 밴 상태에서 버려진 거군요... 불쌍해라...
몹쓸 인간들!!! ㅠ.ㅠ


2003-11-30 08:35 | 삭제

3마리만 보이는것 같았는데 아롱이 뒤에 한마리가 더있네요


이현영 2003-12-10 09:57 | 삭제

실은요 아롱이 새끼 5마리 낳
았는데 한마리 죽었습니다


옹이맘 2003-12-12 06:12 | 삭제

애 많이 쓰셨군요...아름다운 분들이 계시기에 아직 이 세상은 살아갈만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인간이하의 인간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ㅜㅜ
별이 된 불쌍한 아가도 담 세상에선 좋은 삶을 살길...
아롱아 힘내!!


밍키오빠 2003-12-28 16:48 | 삭제

아롱이의 처량한 눈빛이 정말 슬퍼 보이네요
이런 나쁜 생각을 한번 하게 되네요 그인간들도 아롱이처럼 철장에 가둬 두고 새끼 들만 낳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렇게 하면 아롱이의 고통을 그인간들이 알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하게 됨니다.
우리 밍키는 선천적이로 알레르기 피부병에 비염이 있어 한달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레볼루션 해주는 데 새끼를 받고 싶어도 새끼를 낳으면 피부병이 유전 된다고 해 못낳고 있는데 정말 사랑으로 돌봐 줘야할 한 생명에게 저렇게 못되게 대하다니 아롱이에게 정말 인간 으로써 그인간들을 대신해 사과 하고 아롱아 힘내고 담 세상에서 태어 나거든 좋은 가족을 꼭 만나 정말 미안 하구나 아롱아 ~~~


유정 2004-01-09 02:21 | 삭제

아롱아 기특하다 !^-^
힘내렴..


강쥐엄마 2004-01-12 06:52 | 삭제

사람들이 왜 이쁜 강아지를 자기의 돈 벌이로 막 이용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어요 눈을 보면 얼마나 이쁘고 눈으로 말을 하는데...
정말 눈물이 나네요 이렇게 강아지들 돌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롱이 힘내고 새끼들도 좋은주인만나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키쿄우 2004-04-16 09:42 | 삭제

... 몹슬인간.. 나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낫어도 인간을 증오해.. 넘치는배신감.. 무슨 죄가잇다고.. 아무생명이나 함부로 하고.. 인간아니어도. 다른.. 생명을 괴롭히면 감옥가는 그럼 생명을 소중히해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왜 생명을 돈벌이로 막이용해먹는지 이해도 안가고.. 자기를 누가 그렇게 이용 해먹으면 좋겟냐고요? 난 이세상 인간을 이해할수가없어. 그처량한 눈에 담겨잇는 뜻이 무슨뜻인지 모르겟나요?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개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란말이예요!!!


김지연 2012-09-07 15:51 | 삭제

아롱이 다롱이 이젠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