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세상의 그 누가 있어 이들을 보듬으리...

온 이야기

세상의 그 누가 있어 이들을 보듬으리...

  • 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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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3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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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미 회원의 집을 가면 나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는 녀석들이 있다.
그중에도 특히 나무가 그러하다. 참으로 기특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저를 처음 본지 벌써 3년의 세월이 훌쩍 넘었건만...
신림동의 피씨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대생이 제보를 해왔었다.
아주 삐쩍 마른 강아지를 주웠는데 가게에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으니 도움을 요청한다고...
그렇게해서 동물 병원에서 처음 만난 나무는, 다리에 힘이 없어 서있는 것 조차도 힘들어 할 정도로 몸이 마른 아주 가녀린 모습의 앳된 시추였다. 떠돌아다니면서 얻어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질 능력도 없었나 보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꼬~ 이후 병원에 입원하면서 치료를 하는데 이 녀석이 성질이 어찌나 강파른지 케이지를 견뎌내지 못하였다. 케이지에 적응 못해 머리에 피멍이 들도록 부딪치니 급히 임시보호처를 찾던 중 정성미회원에게 임시보호되어 갔다.
나무의 독특한 표정때문에 회원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무인데, 이제 안정을 찾았으니 건강하게 살아주면 좋으련만 나무는 약간의 성격 장애와 눈 질병으로 인해 임시보호자인 정성미님을 힘들게 하였고 두어번 입양을 갔었으나 보통사람으로선 관리가 어려워 되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정성미회원으로선 나무를 다른 환경에 또 다시 보낸다는 것이 마음에 놓이지 않아 결국 입양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해서 나무는 눌러앉게 되었는데 안스럽게도 정성미회원의 집엔 나무보다 먼저 입주한 녀석이 있었다. 시추 애기...
2000년 12월 즈음에 시골에 버려진 시추가 있어 데리고 왔다는 한 여대생의 가방에 담겨진 채 첫만남을 가졌다. 양눈에는 심각할 정도로 누런 고름이 차 있었고 몸은 많이 말라 있었다. 시추들은 눈이 크고 돌출된 만큼 눈 질병이 많은 편이다. 발병 초기에 관리를 잘해주고 가능한한 안과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이 전혀 없거나 최소화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많은 시추들이 눈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결국에는 손쓰기 어려워 적출을 하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당시 정성미회원이 단체와 첫 인연을 맺기 시작하던 중 관리가 어려운 동물이 있으면 자원하겠다는 의사를 보냈던 터라 마침 애기를 곧바로 연결하게 되었다. 아마도 단체에서 관리했었다면 애기는 지금쯤 무지개 다리 건너편에서 있었을 것이다.
정성미회원은 양눈에 고름이 가득한 애기를 대학동물병원을 다니며 열심히 정성것 치료와 간호를 해주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애기는 한밤중에도 안압이 올라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심각한 위기를 맡기도하여, 한밤중일지라도 시간과 관계없이 담당 주치의와 전화상담을 하며 애기를 살려내기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그렇게하여 애기는 비록 두눈은 실명하였으나 안구 적출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생은 한번이면 족할 것을 애기와 정성미회원에게 또다른 시련이 닥쳐왔다. 홍역이었던 것이다. 생존율 5~10%라는 홍? 정성미회원의 집엔 이미 여러마리의 개들이 있던 상태에서 무서운 전염성 질병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성미회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애기를 베란다에 격리시키며 어떻게해서든지 살려내려고 병원을 오가며 간호를 하였다. 베란다에 둔 것이 가슴이 아파 다른녀석들을 방안에 들여보내고 실내에 들어오게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도 애를 태우며 투병을 하던 애기는 비록 두눈은 안보이지만 지금은 의자 위에도 잘 오르고 내릴만큼 건강하고 활달하게 잘살고 있다.
그렇게 애기를 회복시킬 즈음에 나무을 맞아들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성미회원의 고생은 나무에서 끝나지않았다. 인천에서 한 여중생이 아직은 앳된 혼혈개를 도와달라고 제보해왔다.
인천의 스포츠센터 지하에서 작은 인형과 함께 박스에 담겨져 있던 밤톨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 페트병이 쌓여진 쓰레기위에 올려져있었단다. 검사결과 하반신 마비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 하다.
우리는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반신 마비의 개를 돌봐줄 곳이 과연 어디있겠는가? 배변을 인위적으로 유도해주고 잘 관리해주어야 엉덩이가 짓무르지 않을 터... 또한 그런 일은 어디 쉬운 일인가? 심각하게 회원들과 의논하며 결정하려할때 한 회원이 키우겠다고 자청을 하였다. 그런 개를 돌봤던 경험도 있지만 당장은 어렵고 석달만 관리해주면 그 이후에 입양을 반드시 하겠노라고.. 간절한 의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입양을 자청하는 이가 있다 하여도 선듯 결정할 수도 없었다. 그것이 감정을 누르지 못해 결정하는 것이었다면, 마음과 달리 데려가서 서로 고생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혹여 방치된다면, 이 개의 살아있는 의미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내가 못하는 일은 남도 못한다. 이 어찌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할 일을 나 아닌 다른 누군가는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단 말인가? 또한 입양대기 기간인 석달 동안은 누가 돌본단 말인가? 여러가지 복합적인 갈등을 하고 있을때에 정성미 회원이 나서주었다.
석달만 돌보고 입양이 확실하다면 그 석달을 본인이 책임지겠노라고. 만류하였다. 애기와 나무 그 외에도 다른 개들이 더 있고 계속 병원에 가야할 동물들인데 밤톨이까지 감당한다는 것은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성미회원의 의지는 단호하였고 결국 밤톨이는 그렇게 또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역시 또 열심히 대학병원을 다니면서 밤톨이의 투병은 시작되었다. 신경을 살려보기 위해 침술도 시술받고.
이후 뒤따른 밤톨이의 투병과 정성미 회원의 노고를 어찌 글로 다 표현하리.. 밤톨이는 지금 정성미 회원이 미국에서 직접 주문 제작한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러나 그 휠체어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었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사람이 곁에 있을때만 태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이 배변을 시켜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서 깔고 앉게 되니... 참으로 많은 시간을 밤톨이 곁에 있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밤톨이는 입양예약자가 입양했었으나 가정 사정으로 인해 1주일만에 되돌아왔다.
결국 그렇게 또 밤톨이마저 임시보호에서 입양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짧은 지면에 애기와 나무, 밤톨이의 투병 생활을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밤새도록 해도 모자를 것이다. 그 많은 시간을 애태우고 허겁지겁 병원다니며 쏟았던 시간들... 정성미 회원은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단체에는 전혀 티도 안내고 그 많은 병원비 조차 단 한푼도 청구하지 않았다. 밤톨이나 애기.. 정성미회원의 정성과 의지가 없었다면 지금쯤은 모두 이세상에 없었을 녀석들이다.
이 모두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지만 정성미 회원은 이렇게 말한다.
\" 이 애들이 몸이 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쌍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전혀 불쌍하지 않아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잘놀고 잘먹고 잘 살고 있는데 몸이 불편하다고해서 왜 다른 시각으로 봅니까...그것 자체가 편견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보통의 평범한 여자로서의 정성미 회원에게 더이상의 어려움이 닥치지 않도록 이 녀석들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 동자련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8-2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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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perado 2003-09-01 15:43 | 삭제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합니다...다시는 이렇게 고통당하는 유기견들이 없어야 할텐데...우리나라의 후진 애견문화에 화가 나는군요...하지만~ 정성미분 같은 분들이 계셔서 아직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저뿐만이 아니라~ 강아지들도 살맛이 날것 같습니다! 편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성미씨! 존경을표합니다! 당신의 큰~ 사랑의 마음에....당신의 따뜻한 가슴에...


마시&마로누나 2003-09-02 10:37 | 삭제

디게 감동적이에요.
저는 단지.. 안락사 당하기 직전의 아가를 구조해서.. 키우고 잇지만. 정말 저렇게는 하기 힘들꺼에요..
정말 존경합니다.


조정제 2003-09-09 04:00 | 삭제

아이들의 보호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언제나 가득히 내리길 진심으로 빕니다.
아뭇거도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안타깝기만 하면서.


하나~ 2003-09-13 10:55 | 삭제

마음이 .. 찡하네요.^_^ 세상에 사람들이 희안하기도 합니다.. 키우지 못할 것 같으면 강쥐 상처줄 것 같으면 아예 입양을 하지 말았어야하는데.. 마음이 넘 찡하네요.. 정말 감동적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황소연 2003-09-19 04:13 | 삭제

잘 읽었습니다. 너무 대단하신 분이시네요...존경스럽습니다.


안소정 2003-09-24 02:27 | 삭제

정말 존경스런 분이네요...언제까지나 행복하시길 기원하며.. 이런분이 로또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몽이 2003-09-24 15:47 | 삭제

저도 얼마전 지금 있는 강아지 말고 한 마리를 입양해서 키울 뻔 했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용변을 못가리고 지금 강아지의 2배 정도가 큰 그 녀석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에는 다시 병원으로... 누가 떠돌아다니던 녀석을 병원에 맡겼다고 하더군요. 저희 집에 이틀 있었는데 며칠을 굶은 건지 먹어도 티가 안 나고 뼈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병원으로 돌아간지 하루, 이틀만에 다른 분이 입양을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틀 동안이었지만 정도 많이 들었던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입양된 그 곳에서 사랑 받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님이 너무 부럽고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상은 2003-10-07 05:20 | 삭제

눈물난다..에휴


김태연 2003-10-22 00:50 | 삭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가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시는 정성미 님
정말이지 존경스럽고 고개가 숙여집니다 !


김경민 2003-10-28 16:09 | 삭제

제스스로가 너무나 창피하네요...


반려동물사랑 2004-01-04 14:58 | 삭제

정성미님. 님의 이름만큼 아름답고 예쁜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신의 축복과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예쁜친구들도 님의 평생반려는 물론 영원히 당신과 함께하며 당신을 사랑하고 지켜드릴것입니다.......감사합니다.


축복 2005-07-09 16:07 | 삭제

정성미님의 아름다운사연에 눈물이 안날수가 없군요.
화이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