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송내북부역 부근에서 다리가 잘린 채 절뚝이며 먹이를 찾는 아기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한쪽 앞다리가 뼈만 앙상하게 남아 마치 뼈로 만들어진 지팡이처럼 다리를 움직이며 걷고 있었습니다. 얼마 살지 못할 것으로 보여 차라리 밤에 편안하게 자다가 좋은 곳으로 떠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10월이 되어 밤에 먹이를 찾고 있는 그 아기고양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나도 강해 보였습니다. 반드시 구조해 살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구조를 시도했지만 경계가 너무 심해 번번히 실패했습니다. 구조자는 동물자유연대에 제보하여 10월 7일 저녁 동물자유연대의 도움으로 아기고양이를 구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구조 후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정밀검사를 진행한 뒤 다음날 약간의 뼈만 남은 왼쪽 다리를 잘라내고 중성화수술도 완료했습니다.
수의사선생님은 보통 다리가 잘린 동물은 피부나 근육이 찢겨있는데 아기고양이는 피부와 근육이 전부 녹아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 의해 염산 또는 황산 테러를 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셨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누가 몸이 불편한 아기 고양이를 입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길에 풀어 주어도 길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아기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평생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2주 후 ‘오네’라고 이름 붙인 아기고양이는 수술 부위 실밥을 제거하고 예방주사를 맞고 피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놀랍게도 모든 수치들이 건강한 고양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오네는 여전히 구조자와 함께 있을 때는 구석이나 고양이 이동장에 숨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설치한 펫캠으로 보니 구조자가 출근하고 나면 슬금슬금 나와 밥과 간식도 먹고, 물도 잘 먹고 그루밍도 하고 한쪽 다리가 없는 채로 신나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의사선생님은 오네가 염산이나 황산에 다리가 녹아버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구조자에게 마음을 여는 데는 1년까지도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오네의 마음을 얻고 평생을 책임지며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오네를 구조한 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오네를 살린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오네가 온 후 하루하루 행복하고 좋은 일만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