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는 길생활을 한지 10년 이상 된 나이 많은 아저씨였습니다. 매일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얼굴 보여 주며 잘 지냈었는데 구내염이 있어 상태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침 흘리는 게 심해지면 순둥이를 만날 때마다 캔에 약을 섞어서 먹였고 상태가 나아지면 약을 끊고 지켜봤습니다. 좋았다 나빴다 하는 모습이 반복되다 침을 흘리는 모습이 심해져 고민 끝에 구조했습니다.
순둥이가 나이가 많아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수술 후 다시 길로 보낼 수 없는데 품을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길고 힘들었던 길생활을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며칠 보살핀 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혈액검사 결과 크게 이상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턱뼈가 이상증식 되어 있다며 그렇게 뼈가 이상증식 하는 경우는 보통은 암일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구내염도 심한 상태라서 발치를 진행해야 하는데 먼저 이상증식 된 오른쪽 턱뼈 부위를 깎아내 조직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송곳니, 앞니를 제외한 부분 발치를 진행했습니다. 이상증식 된 오른쪽 턱뼈는 일단 왼쪽과 비슷한 형태가 되도록 긁어냈고 발치 수술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뼈를 깎는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입원하면서 진통제와 수액치료를 했고 기특하게도 며칠 후 순둥이가 스스로 먹기 시작해서 퇴원했습니다.
구조자는 집으로 온 순둥이에게 방 하나를 내주었습니다. 순둥이가 편히 쉬면서 하루 2번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천연 진통제라고 알려진 보조제로 섞어주면서 관찰했는데 여전히 침을 흘려 병원에 확인하니 뼈를 갈아냈기 때문에 한 달 이상은 침 흘릴 거라고 했습니다.
순둥이의 턱 조직검사는 안타깝게도 편평상피종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심한 염증이 동반되고 뼈조직 내부로 종양이 침습하였고, 핵상이 좋지 않아 염증 관리와 함께 인근 림프절과 폐를 포함한 내부 장기에 대한 임상적인 전이 평가에 따라 추가 치료계획을 세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수의사선생님은 종양이 있는 부위를 완전히 절제하고 수술로 절제가 어려운 부위에 발생한 경우는 방사선, 항암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 동물병원에서는 힘들다며 수도권이나 다른 지방의 병원에서 치료를 권했습니다.
구조자는 많은 아픈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직장을 다녀야 해 다른 지방을 오가며 순둥이를 치료하는 것이 여의치 못했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순둥이가 여생 동안 편히 지내면서 건강과 면역력이 나아질 수 있도록 보조제를 먹이고 수의사선생님과 상의하며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순둥이는 여전히 경계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덜 아파서 그런지 조금은 편한 모습입니다. 순둥이를 자주 살피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CCTV를 설치하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순둥이의 치료지원을 도와주신 동물자유연대와 여러 가지 조언을 주시고 병원비도 할인해 주신 원장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든 수술과 오랜 길 위의 힘든 삶을 잘 견뎌준 순둥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