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온 지인이 베란다에서 밖을 보던 중 건너편 아파트 옥상에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5개월쯤 되어 보이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옥상 지붕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혹시 돌봐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 정도 지켜보았지만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 있던 사료를 해당 아파트 꼭대기 층 창문을 통해 던져주었습니다.
바로 사료를 먹는 것을 보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고양이를 구조하기로 결정하고 포획틀을 샀습니다. 관리사무실에 옥상 문 개방을 요청하고
문 앞에 습식 사료를 넣어둔 포획틀을 설치해 놓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가 포획틀로 들어갔습니다.
고양이는 경계심에 으르렁거렸지만 배가 많이 고팠는지 이동하는 포획틀 안에서 계속 사료를 먹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얼굴에 상처가 있고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아 동물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검사 결과 진드기가 있었고 간과 신장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근육 수치가 정상범위의 4~5배를 넘어 매우 높게 나왔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은 다른 고양이들에게 맞았거나 외부 충격으로 내부에 손상이 있을 수 있으니 당분간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극심하게 경계하는 고양이를 데리고 통원치료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다행히 수치들이 안정되었습니다.
오른쪽 눈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검사를 하고 안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어느 날은 밥도 먹지 않고 무기력해 보여 대변을 살펴보니
회충이 발견되어 병원에서 치료하고 중성화 수술도 받았습니다.
처음 구조할 때는 반려묘 도리와 합사가 걱정되어 방사나 임시보호를 생각했지만, 정이 많이 들어 '아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가족이 되었습니다.
도리가 아리에게 하악질과 냥펀치를 날리고 있지만, 함께 지내보고자 노력중입니다. 아리는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열었습니다.
으르렁대며 사람을 경계하고 탈출하기 위해 창문에 매달려 울어대던 겁 많던 아리는 지금은 북어트릿을 손으로 주어도 잘 받아먹고,
아기고양이처럼 밤새 우다다다도 하며 구조자의 가족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