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법을 묻다] 여덟번째 주제는 비둘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둘기는 공원 뿐 아니라 빌딩이 빼곡한 도심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 중 하나인데요. 한때는 평화의 상징으로 올림픽 등 각종 세계 대회의 시작을 알리던 비둘기가 이제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2009년 우리나라에서는 개체 수가 너무 많고 분변이나 털날림 등으로 종종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일부 지역에 있는 집비둘기가 유해조수로 지정되었습니다. 이후 몇몇 공원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비둘기가 안쓰러워 먹이를 챙겨주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정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건지, 처벌 규정은 어떻게 되는지 비둘기씨의 사례를 통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비둘기입니다.
며칠 전 제가 사는 공원에 '비둘기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라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공원 관리자도 비둘기에 밥을 주는 게 마치 범죄행위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던데 저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새들에게 쌀 한줌 건네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안녕하세요. 노원구 비둘기씨. 요즘 많이 힘드시죠? 사람들 인심이 예전같지 않아요. 사람들은 더 이상 비둘기씨를 평화의 상징으로 보지 않고, 닭둘기라고 부르면서 무시하거나 질병의 온상인 것처럼 두려워하죠. 정말 슬픈 현실이에요.
비둘기씨는 모르시겠지만, 실은 인간들이 비둘기, 특히 비둘기씨가 속해있는 “집비둘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계속 바뀌어 왔어요. 인간들은 1980년대에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거치면서 비둘기씨를 평화의 상징으로 우러러 보았지만, 2009년부터는 비둘기씨를 “유해야생동물”로 보고 있어요. 즉, 인간들은 “분변(糞便)ㆍ털날림 등으로 문화재나 건물 등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2009년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 3을 개정해서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분변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해 버렸거든요. 혹시라도 비둘기씨가 거주하는 지역에 위와 같은 사유가 있다면, 비둘기씨도 유해야생동물에 해당하는 것이에요.
이에 더해서 몇 년 전에 서울시에서는 사람들이 비둘기씨한테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려고 했었어요. 그 때마다 환경ㆍ동물단체나 마음씨 따뜻한 시민분들이 반대해서 겨우겨우 비둘기씨의 권리를 지킬 수 있었어요.
다시 질의하신 내용으로 돌아와서, 현재 비둘기씨의 생활에 적용될만한 법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동물보호법, 그리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에요. 먼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비둘기씨한테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 않아요. 동물보호법도 마찬가지구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제49조(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라는 조항을 두어서 몇몇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도 특별히 음식 제공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어요.
다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비둘기씨한테 음식을 주는 행위를 “오물 또는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 버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되죠. 사람들이 비둘기씨에게 제공하는 음식이 “오물 또는 폐기물”도 아니고,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 버리는 행위”가 금지된다면 당연히 “지정된 장소”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조항인데, 지금 공원에는 비둘기씨에게 음식을 제공하도록 지정된 장소가 없거든요. 요컨대 사람들이 비둘기씨한테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령은 없으니까, 공원 관리자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참고로 현행법 상 비둘기씨가 유해야생동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인간들이 비둘기씨를 잡아가려고 나올 수도 있어요. 물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①포획하려는 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②포획도구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③포획 이후에는 포획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어서, 실제로 포획 허가를 해준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건강관리는 꼭 신경쓰세요. 사람들 먹는 게 맛있기는 한데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부족할 거에요. 야생비둘기들은 12~15년을 산다는데, 비둘기씨와 같은 집비둘기들은 보통 2~3년 밖에 못 산다고 하니까, 꼭 몸 관리 잘하셔서 오래오래 사세요.
📜관련법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유해야생동물의 포획허가 및 관리 등)
①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하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②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허가를 하려는 경우에는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등의 피해 상황, 유해야생동물의 종류 및 수 등을 조사하여 과도한 포획으로 인하여 생태계가 교란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허가를 신청한 자의 요청이 있으면 제44조에 따른 수렵면허를 받고 제51조에 따른 수렵보험에 가입한 사람에게 포획을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포획을 대행하는 사람은 제1항에 따른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
④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허가를 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산림청장 또는 그 밖의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
⑤ 환경부장관은 유해야생동물의 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피해예방활동이나 질병예방활동, 수확기 피해방지단 또는 인접 시ㆍ군ㆍ구 공동 수확기 피해방지단 구성ㆍ운영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개정 2014. 3. 24., 2019. 11. 26.>
⑥ 제1항 또는 제3항에 따라 유해야생동물을 포획한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유해야생동물의 포획 결과를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신설 2013. 3. 22.>
⑦ 제1항에 따른 허가의 기준, 안전수칙, 포획 방법 및 허가증의 발급 등에 필요한 사항은 환경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3. 3. 22.>
⑧ 제5항에 따른 수확기 피해방지단의 구성방법, 운영시기, 대상동물 등에 필요한 사항은 환경부령으로 정한다. <신설 2014. 3. 24.>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제49조(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
① 누구든지 도시공원 또는 녹지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3. 5. 22.>
1.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
2. 나무를 훼손하거나 이물질을 주입하여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행위
3.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
4. 동반한 애완동물의 배설물(소변의 경우에는 의자 위의 것만 해당한다)을 수거하지 아니하고 방치하는 행위
5. 도시농업을 위한 시설을 농산물의 가공ㆍ유통ㆍ판매 등 도시농업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6. 그 밖에 도시공원 또는 녹지의 관리에 현저한 장애가 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② 누구든지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ㆍ시 또는 군의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2. 동반한 애완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
③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 또는 군수는 제2항에 따라 금지행위가 적용되는 도시공원 입구에 안내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0조(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
법 제49조제1항제6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행위를 말한다. <개정 2010. 6. 29., 2012. 3. 13., 2014. 10. 22., 2015. 8. 11., 2018. 12. 11.>
1.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서의 야영행위, 취사행위 및 불을 피우는 행위
2. 오물 또는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 버리는 행위
3.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서의 주차행위
4. 이륜 이상의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를 이용하여 행하는 영업행위. 다만, 「자동차관리법」 제3조제1항제3호에 따른 화물자동차로서 이동용 음식판매 용도인 소형ㆍ경형화물자동차 또는 같은 항 제4호에 따른 특수자동차로서 이동용 음식판매 용도인 특수작업형 특수자동차를 사용하여 법 제20조제1항에 따라 공원관리청으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은 공원시설에서 행하는 영업행위(「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제8호가목의 휴게음식점영업 또는 같은 호 바목의 제과점영업을 하려는 경우만 해당한다)는 제외한다.
5. 동력장치를 이용해서 차도 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제외한다.
가. 장애인 또는 노약자가 동력장치를 이용해서 출입하는 행위
나. 중량(동력장치를 장착한 용구 전체의 중량을 말한다)은 30킬로그램 미만이고 최고속도는 시속 25킬로미터 미만인 동력장치로서 공원관리청이 종류 및 안전기준 등을 정해서 허용하는 동력장치를 이용해서 공원관리청이 정한 통행구간으로 출입하는 행위
6. 전ㆍ답 외의 지역에서 무단으로 경작하는 행위
7. 식물의 꽃과 열매를 무단으로 채취하는 행위
8. 공원 내에 서식하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허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 포획하는 행위
🔎관련사례
‘닭둘기’를 위한 변명 “아무리 유해동물이라지만…” (한겨레 2015.10.23)
내 어린 시절에는 비둘기는 나쁜 새가 아니었다. 평화의 상징이었다. 공원에서 모여드는 비둘기를 만나면 먹이를 주고 좋아했다. 지금은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천덕꾸러기 ‘닭둘기’가 되었다. 극혐의 대상이자 애물단지 닭둘기는 2009년부터 유해동물로 지정되었다. 비둘기 외에도 현재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동물은 고라니, 멧돼지, 청솔모, 참새, 까치 등이다.
사실 산에 사는 산비둘기들은 유해동물이 아니다. 도시에 사는 집비둘기만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야생동물이 아닌 집비둘기를 유해동물로 만든 것은 사람이다. 도심에만 국부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각종 행사 때마다 비둘기 수백마리를 하늘에 날리며 평화를 알리더니 늘어난 비둘기 수로 여러 피해가 생기면서 비둘기는 유해동물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비둘기가 어쨌든 유해동물이니 ‘제거 대상’ 혹은 ‘존재하면 안 되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은 오해다. 비둘기를 죽이는 것은 위법이다. 서울시 허가 없이는 안 된다. 아직 시에서 그것을 허가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우리는 비둘기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안내문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에서도 비둘기에 대한 변명을 해줘야 한다. 달랑 현수막이나 안내문만 걸어두고 비둘기를 우리 지역에서 내몰아야 하는 대상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불임사료를 줘서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택했다. 스위스에서는 알을 수거하고 가짜 알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비둘기 개체수를 조절한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비둘기 개체수 조절을 위해 공원마다 대형 비둘기집을 설치하는 방법을 쓴다. 200마리 이상의 비둘기를 수용할 수 있는 둥지를 수십 군데에 만들고 거기에 알을 낳을 때마다 찾아서 없애거나 둥지를 흔들어 부화하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식이다. 모두 비둘기를 도심에서 쫓아내자는 뜻이 아니라 수를 줄이는 게 목표라는 게 그들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눈에 거슬리니 없애자는 식의 극단적인 방법은 너무 쉽고 가볍다. 생명을 대하는 가벼움은 이런 문제를 만든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반성도 없게 만든다. 거슬린다고 없애다가는 사람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비둘기도 시간이 지나면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도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역 내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비둘기가 우리 동네 비둘기가 될 수 있게, 고양이도 유해동물 취급을 받지 않게. 그래서 꼬맹이들이 동네에서 함께 동물들을 살피고, 가끔은 그 고사리손으로 다리 부러진 비둘기를 안고 병원에 오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관련판례
비둘기씨 관련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색하는 과정에서 판례 몇 개가 보이는데요.
부산지방법원 2019.
비둘기에게 새총을 쏘아서 4마리의 비둘기를 죽이고, 2마리의 비둘기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 선고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18.
수렵 면허 없이 비둘기를 수렵한 사건
무허가 총포 소지와 무면허 수렵을 이유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청계천에서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 죽인 사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 선고
그 외에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되어 폭행, 협박, 공무집행방해가 된 사례가 좀 많네요.
[동물, 법을 묻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