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입법

[동물 법을 묻다] 저 TNR하고 왔는데요.. 여긴 어디죠?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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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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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법을 묻다] 네번째 주제는 지자체 TNR 제자리 방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길에서 한쪽 귀 끝부분이 살짝 잘린 고양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귀 컷팅은 이미 중성화된 고양이임을 나타내고 있는건데요. 대부분의 지자체는 동네고양이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사업(Trap 안전하게 포획해서 Neuter 중성화 수술을 하고 Return 방사하는 것)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위해 실시되는 지자체 사업인만큼 포획부터 방사까지 법으로 정하여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TNR사업 과정에서 이를 준수하지 않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하는 제자리방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요. 마땅한 이유 없이 다른 장소에 고양이를 방사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동물자유연대에도 일부 지자체의 이주 방사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춘천 동네고양이씨의 사례를 통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춘천에 사는 묘생 2년차 동네고양이입니다.

얼마 전 시청에서 중성화수술을 해주겠다며 저를 잡아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갈 때는 살던 곳에 다시 데려다주겠다 했는데, 수술 후 갑자기 낯선 곳에 방사되었습니다. 원래 살던 곳의 일부 주민들이 원해서라는데, 생판 모르는 곳에 떨어져 살 길이 막막합니다. 이래도 되는 건가요?


👩‍💼춘천 동네고양이씨, 중성화수술이란 큰 수술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힘들텐데 막상 정신차려보니 전혀 모르는 낯선 동네에 홀로 남겨졌다니.. 얼마나 두렵고 불안할지 감히 상상이 안되네요. 특히나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서 기존에 이미 그 지역에 영역을 구축한 고양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동네고양이씨에게 매우 적대적이고 심지어는 공격을 해올지도 모르는데 정말 큰일이군요.

최근에는 시나 자치구 등의 지자체에서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스스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거세·불임 등을 통해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조치인 중성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동네고양이씨를 시청에서 포획해서 중성화수술을 시켰다니 이는 중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것으로 보여요. 중성화사업은 동물보호법 제14조 제1항, 동법 시행규칙 제13조 및 농림축산식품부고시인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에 근거해서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중성화사업에도 엄격한 절차와 방법이 규정되어 있어요. 특히 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8조 방사와 관련된 규정을 보면 “① 중성화 수술 후 이상 징후가 없다면 수술한 때로부터 수컷은 24시간 이후, 암컷은 72시간 이후에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여야 한다. ② 방사를 할 때는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여야 한다. 다만 포획한 장소에 방사한 후 학대가 재발하거나 생존에 지장이 있는 변화가 발생한 경우 포획한 장소 이외의 장소에 방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규칙 별지 제7호서식의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에 사유를 기록해야 한다“라고 제1항과 제2항에 걸쳐 거듭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영역동물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만들어진 중요한 원칙인거죠. 다만 포획한 장소에 방사한 후 학대가 재발하거나 생존에 지장이 있는 변화가 발생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에 사유를 기록하고 더 안전한 장소에 방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기는 하답니다.

그렇지만 동네고양이씨의 경우에는 포획한 장소에서 평온하게 잘 생활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동네고양이씨를 챙겨주는 캣맘, 캣대디까지도 있어 굶주림에 대한 걱정도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렇다면 예외적으로 포획한 장소 이외의 곳에 방사할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이네요. 원래 살던 곳에 일부 주민들이 동네고양이씨가 돌아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정은 동네고양이씨를 다른 곳에 방사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요. 이 사건은 명백한 담당 공무원의 과실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동네고양이씨 입장에서는 낯선 장소에 방사된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참담하고 두려운 상황이겠지만, 아직 우리 현실에서는 이정도의 공무원 과실을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해 주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동네고양이씨가 사람이라면 담당 공무원이나 담당 공무원을 관리, 감독하는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해볼 수도 있지만, 동네고양이씨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또 법원 문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심지어 직접적인 규정인 동물보호법이나 농림축산식품부고시에 의하더라도 ‘중성화 수술 후 방사는 포획된 장소에 해라’라고만 되어 있을 뿐, 고의나 과실로 포획된 장소 이외의 장소에 잘못 방사한 경우에 담당 공무원을 처벌하겠다는 규정은 없어서 더 안타까울 뿐이네요. 동네고양이씨를 챙겨주던 캣맘분들이 민원을 넣어 해당 공무원의 징계와 재발방지를 약속받는 방법 정도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일 것 같아요. 

동네고양이씨, 한번 포획틀에 들어가서 아픈 수술을 당하고 낯선 장소에 버려지기까지 했으니, 동네고양이씨는 더 이상 포획틀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사람을 믿고 싶지도 않겠죠. 그렇지만 동네고양이씨를 기다리는 캣맘분들이 다시 동네고양이씨를 데려가고자 시청에 민원을 넣어 재차 포획틀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한번만 다시 속는 셈치고 포획틀 안에 들어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랄게요.      

참, 최근에는 캣맘이 돌보는 고양이가 자신의 차에 배설을 하는 등 방해가 되고 싫다는 이유로 개인이 포획틀을 사용하여 고양이를 포획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방사해버린 사건도 있었나봐요. 그런데 그 개인은 행위 전에 구청에 고양이를 포획해서 타지역 방사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냐고까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구청에서는 고양이를 직접적으로 학대하는 것도 아니고 해당 개인은 중성화업과 관련된 농림축산식품부고시의 적용을 받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려주었다네요.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이 이런 식으로 강제 이주 방사되지 않도록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안이 하루 빨리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도 열심히 노력해볼게요.


📜관련법규

동물보호법 제14조(동물의 구조·보호)

① 시ㆍ도지사(특별자치시장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 제15조, 제17조부터 제19조까지, 제21조, 제29조, 제38조의2, 제39조부터 제41조까지, 제41조의2, 제43조, 제45조 및 제47조에서 같다)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제7조에 따라 치료ㆍ보호에 필요한 조치(이하 "보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하며,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동물은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하여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여야 한다. 다만, 제1호에 해당하는 동물 중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은 구조ㆍ보호조치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3조(구조·보호조치 제외 동물)

① 법 제14조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란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中性化)하여 포획장소에 방사(放飼)하는 등의 조치 대상이거나 조치가 된 고양이를 말한다. <개정 2013. 3. 23., 2018. 3. 22.>

② 제1항의 경우 세부적인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16-17호) 제3조(중성화(中性化))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스스로 살아가는 고양이(이하 "길고양이"라 한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거세·불임 등을 통해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조치를 말한다.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16-17호) 제8조(방사)

① 중성화 수술 후 이상 징후가 없다면 수술한 때로부터 수컷은 24시간 이후, 암컷은 72시간 이후에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여야 한다. 

② 방사를 할 때는 포획한 장소에 방사하여야 한다. 다만 포획한 장소에 방사한 후 학대가 재발하거나 생존에 지장이 있는 변화가 발생한 경우 포획한 장소 이외의 장소에 방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규칙 별지 제7호서식의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에 사유를 기록해야 한다.


🔎관련사례

"길고양이 중성화시켜준다더니 버리면 어떡하나요?" (연합뉴스 2016.03.08)

춘천시는 지난달 22일 삼천동 시립도서관에 포획틀을 설치했다. 시민들은 포획틀에 선명하게 적힌 '춘천시'와 중성화 수술을 예고하는 안내문을 보고 안심했다.

그러나 포획 후 며칠이 지나도 고양이가 도서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에서 중성화 수술도 하지 않은 채 약 15㎞ 떨어진 신북읍 강원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에 방사했기 때문이다.

새끼 고양이는 엄마를 찾는 듯 여린 목소리로 울어댔다. 게다가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이 커진 탓인지 사람들이 자리에서 떠나고 나서야 사료를 먹고 사라졌다.

어미를 엉뚱한 곳에 방사했다는 사실을 안 시민들은 고양이 모녀를 생이별시킨 것 같은 안타까움에 '어미 고양이를 다시 되돌려달라'며 춘천시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다. 시는 뒤늦게 재포획에 들어가 지난달 29일 방사했던 장소 인근에서 해당 고양이를 발견하고 포획틀 4개를 설치했다. 아직 고양이는 잡히지 않았다.

시는 기간제 근로자가 다른 고양이로 착각해 방사했다고 해명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신규사업이다 보니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철저하게 교육해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관련판례

아직 관련 판례까지는 없는 듯 합니다.

다만 최근 유사한 추가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듯하여 관련 글 링크 남겨봅니다.

https://blog.naver.com/sh1905/221944803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