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겨 열린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맹견의 소유자의 맹견보험 가입 의무화 ▲등록대상동물 판매 시, 구매자의 명의로 동물등록신청을 한 후 판매하는 것을 의무화 ▲신고포상금제도 폐지 ▲동물학대행위의 처벌을 상향 ▲동물유기에 대해 현행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의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동물 유기하면 이제는 벌금형
매년 유기로 인해 버려지는 동물이 10만여 마리에 달하지만 2018년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결과 유기 행위 적발건수가 2018년 한 해 15건 정도로 적발이 어렵고 설사 단속된다 하더라도 처벌은 과태료에 불과했습니다. 적발건수가 보여주듯, 수사권이 없는 지자체 공무원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유기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개정된 내용에 따라 동물유기행위에 대한 처벌이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 전환된다면 이제 수사권을 가진 경찰에서 사건을 다룰 수 있습니다. 또한 벌금형 전환으로 유기행위가 동물의 삶을 위협하는 여타 동물학대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물을 죽이는 학대행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최근 경의선 고양이 자두 살해사건, 유튜버의 동물학대사건, 화성 길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동물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하는 등 날이 갈수록 잔혹한 동물학대 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학대하여 상해를 입히고 죽음에 이르게 할지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수차례와 동물학대 처벌 상향 요구가 계속되어,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습니다. 동물학대행위는 그것이 어떠한 행위이든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되며, 적절한 처벌로 이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든, 그 처벌은 죽이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동일했습니다. 하지만 죽이는 행위는 그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해를 입히는 행위와 경중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형법에서도 살인죄와 상해죄를 다르게 다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와 구분해 처벌하는 것은 단순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넘어 동물을 물건과는 다르게 인정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반려동물 판매월령과 등록월령 일치 및 판매시 등록 의무화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판매월령(2개월)과 등록월령(3개월)을 일치시키고 등록동물을 판매할 때 구매자 명의로 동물등록신청을 한 후 판매하도록 동물판매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자의 준수사항이 개정되었습니다. 판매월령과 등록월령의 불일치를 개선하고 판매단계에서부터 구매자의 동물등록을 의무화하여 동물등록률을 높이고 무책임한 분양과 동물유기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각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입법제안 및 시민인지제고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반려인-비반려인과의 갈등 유발, 낮은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일명 ‘펫파라치’라 불리는 신고포상금제의 폐지에 관한 의견서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했으며, 유기행위의 벌금형 전환을 촉구하는 입법제안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동물자유연대는 2017년 동물보호법 개정 시 판매 월령과 등록 월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해왔습니다.
일부 아쉬움을 남긴 동물보호법 개정안
그러나 통과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몇 가지 아쉬움을 남깁니다.
우선, 맹견소유자의 맹견 보험 가입의무화는 맹견 소유자인 개인에게만 부담과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동물의 보호자인 반려인이 반려동물에 대한 개별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사회적 대안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맹견보험은 맹견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후에 관한 내용으로,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맹견을 사육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맹견소유자의 의무교육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맹견사고 예방을 위한 방안들이 함께 강구되어야 합니다.
한편, 현재 일부 경매장과 펫샵에서는 판매 월령(2개월)이 채 되지 않는 동물들이 판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월령 일치를 등록 월령 (3개월)에 맞추지 않고 판매 월령(2개월)에 맞춘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규정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생산업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고, 명의를 빌리는 방법 등으로 얼마든지 불법 동물생산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동물이 합법적인 환경에서 태어나고 규정에 따라 판매되어 소비자에게 가는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을 논의할 때입니다. 2016년 강아지공장의 비극을 시작으로 동물자유연대는 불법 동물생산판매를 근절하고 유기와 학대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써 ‘반려동물 이력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월령 일치와 구매자의 동물등록 의무화로의 개정이 ‘반려동물 이력제’ 도입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시민의 요구가 법과 정책의 변화로
20대 국회 회기 동안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무려 80개가 넘습니다. 이는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에 따라 등장하는 동물유기, 학대, 불법 동물생산판매와 같이 반려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동물학대, 유기 등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사회가 동물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길 요구하는 시민 여러분의 목소리가 법과 정책을 바꾸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삶, 동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힘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 고통받는 동물의 목소리를 전하고 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김수연 2020-01-15 09:24 | 삭제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하군요... 아직도 멀었습니다. ㅠㅠ 겨우 이정도라니...실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