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저녁, 동물학대대응포럼 4차 회의가 동물자유연대 서울 사무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와 초가을 저녁 무렵의 어둠을 뚫고 이번 회의에도 지자체 동물보호팀,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수의사 등 각 분야 모든 전문위원들께서 참여해주셔서 효과적인 동물학대 대응체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도 회의에 참석해 동물학대 징후와 유형에 대한 지식을 쌓고 학대 현장에서 보다 신속한 대응 방안을 위하여 머리를 맞대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회의는 <수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동물학대>라는 주제로 야옹동물병원 김용현 수의사님께서 발제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먼저 수의학적 관점에서 학대의 유형과 함께 학대가 동물에 미치는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알아보고, 사건 발생 시 긴급 대처방안과 동물학대 대응체계 내 수의사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김용현 수의사님은 학대의 유형을 신체적 학대, 방임 및 유기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로 나누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피해 아동의 진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물학대는 피해 동물 스스로의 신고나 진술이 불가능하기에 동물학대 사건은 CCTV나 사건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사건의 발견이 사실상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동물학대를 짐작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학대 정황 및 신체적 징후의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동물의 반복되는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지능 저하 및 건강 악화, 학대자의 모순되고 일관성 없는 설명 등은 동물학대를 추측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하니, 학대 현장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동물학대의 유형 중 정서적 학대의 경우 사건의 우선 순위에서는 밀릴 수 있으나 우리나라 현실상 다양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더욱 주의깊게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리적으로 안정하지 못한 환경에서 교감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정서적 방임이나 고통을 유발할 정도로 발톱이 심하게 자랐음에도 반려동물에게 어떠한 기본 관리도 제공하지 않는 등의 경우 등도 방임 및 유기학대를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 될 수 있으니, 동물에게서 부정적 영향이 관찰되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의 긴급 대처 방안에 대한 발제도 이어졌습니다. 동물학대 현장에서 섣불리 가해자와 대면하여 잘못을 꾸짖는다면 가해자는 피해 동물과 함께 음지로 숨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하고 신속하게 증거를 수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피학대 동물에게 음식이나 치료를 제공하는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번 포럼에서 많은 공감이 이어졌던 부분은 바로 법수의학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입니다. 피해 동물 사망 시 학대에 의한 사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체 부검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법수의학 개념이 없어 일반 수의과대학 병리실험실에서 일반적인 부검이 진행됩니다. 즉, 질병 진단과 병성감정 등의 병리부검 수준의 부검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법수의학 전문인력이 양성될 경우 학대 의심 현장 출동/감식, 부상 및 사망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규명, 법정 등에서의 증언 등 동물학대 현장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수의사님은 다시 한 번 법수의학 전문 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수의학적 관점에서의 동물 학대 유형과 학대 대응 방안, 법수의학 전문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발제를 준비해주신 김용현 수의사님과 포럼에 함께 해주신 전문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동물자유연대는 이 땅에 학대 받는 동물들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쉼 없이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알차고 의미있던 지난 발제들을 바탕으로 동물자유연대는 새로운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 작업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조만간 공개될 NEW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에 끝까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동물학대 대응포럼 10월 발제자료를 공유합니다! 첨부파일을 확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