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육곰 문제해결의 마중물이 될 몰수·보호시설 정부 예산안 반영을 환영한다
40년 가까운 세월, 우리사회 어두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사육곰 문제 해결에 있어 마중물이 될 사육곰 몰수·보호시설의 정부예산안 반영을 환영하며, 이를 가능케 한 시민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동물자유연대는 1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된 2021년 정부예산안에 사육곰 몰수·보호시설 설계비 예산이 포함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당초 90억 규모에서 50억 규모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어 설계비 또한 3억 6천 4백만원에서 1억 5천만원으로 감액되었다는 아쉬움은 남으나, 다행히 사육곰 몰수·보호시설 마련의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육곰 몰수·보호시설은 사육곰 농가에서 불법증식된 곰을 몰수하고, 사육포기 농가의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사육곰에서 파생된 불법행위와 각종 부작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사육곰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예산 편성까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곰 사육을 장려하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도살을 허가한 원죄에도 불구하고, 증식금지 사업으로 자신들의 책임이 끝났다며 문제 해결을 회피해왔다. 정부의 무관심과 방치 속 불법증식, 탈출사고 등 관리 부실에 따른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아왔다. 특히 동물자유연대가 지난 6월 불법 취식 정황을 확인한 경기도의 한 농가의 경우, 2016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35마리의 곰을 불법증식해왔음에도 보호시설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이를 제재할 수 없었다.
이에 시민단체뿐 아니라 2018년과 올해 진행한 국민청원에서는 각각 2만6천여 명과 3만여 명의 시민들이 동참하고, 2019년 동물자유연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사육곰 구조 및 보호소 이주를 위한 시민운동'에 85.6%, '사육곰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의 역할이 필요성'에 79.3%의 시민이 공감하면서 정부의 잘못을 꾸짖고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에 환경부는 지난 해 예산요구서에 몰수동물보호시설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해당 예산은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채 국회에 제출되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비 심사 과정에서 사육곰 생츄어리 설계 및 건립을 위한 예산 증액안이 반영되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올해 잇따른 사육곰 문제의 국내 및 외신 보도되고,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한 야생동물 질병 관리 문제가 대두되며 정부가 더이상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과 과제가 많다. 예산안만 하더라도 환경노동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또 이후에는 사육포기 및 전폐업 유도 등 농가를 설득하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여기에 불법증식 또는 사육포기 사육곰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육곰 산업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중장기에 걸친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언제나 그렇듯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흡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20년 9월 2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