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상어 '부캉이'와 송아지 '럭키'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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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이름을 부른 순간 동물은 힘을 갖는다

원문읽기 I Cohen Ben-Arye, R., & Halali, E. (2024). Giving farm animals a name and a face: Eliciting animal advocacy among omnivores using the identifiable victim effect.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93, 102193. [online] https://doi.org/10.1016/j.jenvp.2023.102193


첫 번째 실험에서 참여자들에게 보여준 도축장 탈출 송지 '럭키'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은 이름이 있는 한 마리가 제시될 경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Cohen Ben-Arye et al. /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lgy


🐮 핵심 내용은?

 사람들은 익명의 다수보다 이름과 얼굴이 있는 한 명의 피해자에게 더 크게 반응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식별 가능한 피해자 효과'(identifiable victim effect)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바르일란대 연구진은 이 효과가 농장동물에게도 통하는지 실험했다. 실험 대상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었다. 도축장을 탈출한 송아지 한 마리에게 이름과 사진을 붙였더니, 이름 없는 송아지 무리를 보여줬을 때보다 실제 청원 서명률이 두 배 높았다. 기부액도 1.5배 많았다. 다만 효과는 '한 마리'일 때만 나타났다. 다섯 마리 모두에게 이름을 붙인 무리는 이름 없는 무리와 차이가 없었다.


🌐 상세 분석

 2001년 4월, 구제역이 휩쓸던 영국 데번주의 한 농장. 감염되지 않은 소들 그리고 양 30마리가 예방적으로 살처분됐다. 며칠 뒤 방역 요원들이 소독하러 왔다가 죽은 어미 곁에서 닷새를 버틴 송아지를 발견했다. 구조한 농민들은 송아지에게 '피닉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국은 피닉스를 다시 살처분하려 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와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피닉스는 목숨을 건졌고, 정부는 감염 농장 인근의 건강한 소는 수의사 재량으로 살릴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연구진은 이 사건을 실험실로 가져갔다. 세 차례 실험에 참여한 미국의 육식 소비자 831명에게 뉴욕의 도축장을 탈출한 가상의 송아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절반에게는 사진과 함께 한 살배기 송아지 '럭키'의 이야기를, 나머지에게는 사진 없이 '익명의 송아지 여러 마리'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실제로 청원에 서명할 수 있는 웹페이지 링크를 제공하고 관찰했더니, 익명의 송아지 무리(13.3%)에 견줘 럭키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서명률(26.0%)이 두 배 높았다.
 다른 실험에서는 △'스팟'이라는 중립적인 이름의 송아지 사진이 있는 한 마리의 조건 △이름과 사진이 없는 한 마리 조건 △'스팟', '도미노', '패치스', '잉크', '체커스' 등 중립적인 이름과 사진이 있는 다수의 조건 △이름과 사진이 없는 다수의 조건 등 네 가지 조건에서 기부금을 내는지 봤다. 그 결과 이름이 있는 한 마리 조건에서 가장 많은 행동을 촉발했고 기부액도 많았다. 이름이 있더라도 여러 마리일 경우에는 그다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 평소 공감 성향이나 동물과의 유대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이름과 얼굴에 크게 반응했다.


💡 AFF's Comment

 9월 18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수로에 상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부캉이'(북항이)라는 이름이 불리면서, 공원을 찾은 사람은 누적 160만 명을 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에서 부캉이는 몸길이 약 3m의 암컷 흑상어로 확인됐다. 흑상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종으로 올라 있다.
최근에 출판된 연구를 소개하는 애니멀 인사이트에서 2023년 말 공개된 이 논문을 다시 꺼낸 건 부캉이 때문이다. 영화 〈죠스〉 이후 상어는 공포의 상징이었다. 상어가 나타났다고 하면 사람들은 피했다. 그런데 이름이 붙자 사람들은 난간에 늘어서 부캉이가 무사하기를 빌었다. 연구가 보여주듯, 이름과 얼굴은 평소 동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작동한다. 상어처럼 무서운 동물도 말이다! 2013년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동물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도 '이름의 힘'이었다.
 어선용 모릿줄을 이용한 연승 어업과 집어장치(FAD)를 쓰는 선망 어업에서는 상어 혼획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리가 먹는 참치로 인해 상어가 죽는다. 하지만 환경매체 '자연자본시대'는 MSC(해양관리협의회·지속가능한 어업을 인증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인증을 받은 국내 대표적인 업체 동원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혼획 발생 건수 등 구체적 정보가 없다고 지적한다. 부캉이가 수로를 빠져나가면, 바다에서 부캉이는 다시 이름 없는 상어 한 마리가 된다. 부캉이의 이름이 오래도록 남아 변화를 일으켰으면 좋겠다. — 남종영 동물과미래포럼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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