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장애 앵무새 '브루스'의 도전과 보람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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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앵무새, 능동적 동물복지를 묻다

원문읽기 Grabham et al. (2026). A disabled kea parrot is the alpha male of his circus. Current Biology


 윗부리가 없는 장애 키아앵무 '브루스' ©Alexander Grabham/Current Biology


🐮 핵심 내용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동물의 신체적 장애는 도태로 이어진다고 여겨졌다. 바로 비대칭성이 싸움의 승패를 좌우하며, 더 크고 잘 무장한 경쟁자가 살아남는다는 '경쟁 이론'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멸종위기종 케아앵무새 '브루스'는 윗부리가 없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무리 내에서 압도적인 서열 1위(알파 메일)에 올랐다. 동물이 신체적 한계를 행동 혁신으로 극복하고, 집단의 정점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 수컷 케아앵무새 '브루스'는 윗부리가 없는 채로 발견되어, 뉴질랜드 윌로우뱅크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살게 됐다.
  • 무리에서 유일하게 장애가 있는 새임에도 불구하고, 이 무리의 알파 메일로 등극했다.
  • 일반적인 케아앵무의 부리를 목으로 쪼거나 무는 공격 행동 대신에 아랫부리로 상대방을 찌르는 독창적인 '부리 창술(Beak jousting)'을 개발해 36번의 서열 다툼에서 전승했다. 그러면서도 무리 내에서 가장 낮은 스트레스 수치를 기록했으며, 먹이 우선권과 동료들로부터 털 고르기를 받는 특권을 얻었다.

🌐 상세 분석

무기가 없으면 전술을 바꾼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서열 다툼에서는 체격이 크고 무기가 좋은 개체가 승리한다. 윗부리가 없는 브루스는 케아앵무새의 핵심 무기인 '목 내리찍기(물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브루스는 포기하는 대신 '행동 혁신'을 선택했다. 목을 길게 뻗거나 점프하며 아랫부리로 상대의 몸통과 날개를 정면으로 타격하는 '부리 창술'을 고안해 낸 것이다. 관찰 결과, 이 찌르기 기술은 상대를 즉시 후퇴시키는 비율이 73%에 달해 일반적인 발차기(48%)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서열 1위의 압도적 지위와 생리적 안정
브루스의 권력은 구체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통상적으로 서열 1위는 권력을 유지하려다 보니,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타나지만, 브루스는 집단 내 수컷 9마리 중 가장 낮은 스트레스 수치(fGCM)를 보였다. 또한, 83%의 확률로 먹이통에 가장 먼저 접근했고, 짝이 아닌 동료들로부터 부리 안쪽의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 '상향식 털 고르기'를 받는 유일한 개체였다. 신체적 결함이 사회적 약자로 직결되지 않았다.


💡AFF's Comment

이 연구는 최근 논의되는 ‘능동적 동물복지(Positive Animal Welfare, PAW)’ 혹은 '긍정적 동물복지'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전통적인 동물복지는 동물이 굶주림, 질병, 통증, 두려움 등 ‘부정적인 고통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중심으로 평가했다. 이 관점에서 윗부리가 없는 브루스는 그저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고통받는, 영구적인 '결핍' 상태의 동물일 뿐이다. 더불어,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장애를 극복할 개체의 '능동적인 역량'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면, 능동적 동물복지는 고통의 예방과 감소를 넘어, 동물 스스로 ‘역량(Competence)’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개발할 가능성을 인정하며, 긍정적인 정신 상태를 경험하여 번영(Flourishing)하도록 북돋는 데 힘을 쓴다. (Rault et al., 2025)  브루스는 아랫부리를 활용한 '부리 창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전술을 개발해, 스트레스 없는 안정감과 사회적 유대라는 긍정적 경험을 스스로 '쟁취'했다. 능동적 동물복지 개념은 동물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철학적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알렉산더 그랩햄(뉴질랜드 캔터베리대)의 말이다.

"이번 연구는 동물복지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장애가 있는 동물이 스스로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의족 같은 선의의 개입이 항상 삶의 질의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겁니다. 때로는 도움 없이 살아가는 게 동물에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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