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노인정'이 된 동물원은 정말 문제인가?

  • 2026.03.24
  • |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노인정'이 된 동물원은 정말 문제인가?

원문읽기 Meireles et al. (2026). Aging populations threaten conservation goals of zoo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영국 웰시마운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바다사자 옆에 서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즈



🐮 핵심 내용은?

동물원의 사육 기술이 개선되면서, 일부 종의 수명은 야생동물보다 늘어났다. 동시에 동물복지 강화와 제한적인 전시 공간으로 인해 번식을 억제했다. 그 결과 동물원 개체군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50년간의 데이터로 처음 실증됐다.

  • 1970~2023년, 북미 361개·유럽 413개 동물원의 총 774개 포유류 개체군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 어린 개체가 많은 '피라미드형' 개체군은 지속적으로 줄고, 노령 개체가 많은 '다이아몬드형' 개체군이 늘었다.
  • 이 추세가 계속되면, 상당수 동물원 개체군이 소멸할 것이라는 추정 모델도 제시됐다.


🌐 상세 분석

노아의 방주가 '고령화로' 가라앉는다?
현대 동물원의 기능은 '종 보전'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2,700종 이상에 '서식지 외(ex situ)' 보전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사육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 문제를 낳았다. 야생보다 오래 사는 동물들이 한정된 동물원 공간을 차지하고, 동물원은 새끼 출산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호르몬 피임, 거세, 암수 물리적 분리 등이 일상적으로 시행된다.

얼룩말, 맨드릴원숭이, 삵의 20년
논문은 유럽 동물원의 그레비얼룩말(멸종위기), 맨드릴(취약), 삵(취약) 세 종의 인구 피라미드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세 종 모두 2003년에는 어린 개체가 많은 '피라미드형'이었지만, 2023년에는 어린 개체가 사라지고 노령 개체가 집중된 '다이아몬드형'으로 바뀌었다. 이 패턴은 지역(북미·유럽), 분류군(유제류·영장류·육식류 등), IUCN 보전 등급, 관리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방주'가 가장 먼저 구해야 할, 보전 순위가 높은 종들조차 같은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북미에서는 2023년 기준 79%의 개체군이 150마리 미만이었고, 유럽에서는 63%가 그러했다. 소규모 고령화 개체군은 질병, 번식 실패 같은 우발적 사건에 취약하다.

논쟁적 제안 - 고령 개체 안락사?
이 추세를 되돌리려면 번식을 적극 허용하되, '잉여' 개체 문제를 해결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1) 동물원 확장 또는 신설, (2) 관리 종 수 축소를 통한 공간 재배분, (3) '통제된 죽음(controlled mortality)'—즉 인도적 안락사를 개체군 관리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논문은 "자연에서 동떨어진 도시인들이 동물의 죽음을 동물복지 실패로 동일시하는 압력" 때문에 동물원이 이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FF's Comment

이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저자 전원(1명 제외)이 동물원 소속이거나 동물원과 깊이 관여한 연구자다. 논문의 문제 설정도 '동물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고정되어 있다. 고령화가 동물원의 위기라면, 그 위기를 만들어 낸 본질은 무엇인가?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에 아직 현대 동물원은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논문이 훌륭하게 수행한 실증 연구 결과야말로 오히려 현재 동물원 모델로서는 자신이 내건 보전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논문이 제안하는 해법 중 '통제된 사망'은 논쟁적이다. 번식을 허용한 뒤 '잉여' 개체를 안락사하는 방식이 동물 개체의 복지와 양립할 수 있을까? 이 논문은 개체군의 인구학적 지속 가능성을 말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잉여'로 분류되는 개별 동물의 삶에 대한 질문이 빠져 있다. 그럼에도, 50년 간의 413개 동물원,  774개 개체군이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현대 동물원의 인구학적 구조를 밝혔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참고할 연구다. 이 논문이 최상위급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이유다. -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arrow_up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