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러시아의 총탄은 하늘의 독수리도 겨눈다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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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독수리의 운명
원문 읽기 I Russell, C. J. G., et al. (2024). Active European warzone impacts raptor migration. Current Biology.

항라머리검독수리 ⓒ위키미디어코먼즈
🐮 핵심 내용은?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마침 연구진이 GPS 태그를 단 항라머리검독수리(Greater spotted eagle, Clanga clanga) 19마리 중 첫 번째 개체가 3월3일 분쟁 지역에 진입했다. 벨라루스 남부로 향하는 봄철 이동 경로의 한가운데서 전쟁과 마주친 것이다. 항라머리검독수리는 전 세계 번식 쌍이 4,000쌍도 되지 않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상 '취약(Vulnerable)'종이다.
- 전쟁 전에는 90%의 개체가 우크라이나에서 중간 기착(stopover)을 했지만, 전쟁 중인 2022년에는 32%만 기착했다.
- 이동 속도는 수컷 기준으로 약 30% 느려졌으며, 이동에 걸리는 시간도 약 50% 늘어났다.
- 이 변화는 기상 조건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전쟁으로 인한 환경 교란이 이동 행동 변화의 핵심 요인이었다.
🌐 상세 분석
'전쟁-동물행동'의 인과 관계를 밝히다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전쟁이 야생동물에게 나쁘다'는 막연한 진술을 넘어서, GPS 좌표와 '무력충돌 데이터(ACLED)'를 시공간적으로 겹쳐놓은 준실험적 설계(quasi-experimental before-after control-impact design)로 인과관계에 접근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2018~2021년 65회의 전쟁 전 이동 기록과 2022년 19회의 전쟁 중 이동 기록을 비교하여,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행동 차이를 확인했다.

독수리 '데니사'의 비행 일지 - 폭발 지점 1km 옆을 날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데니사(Denisa)'라는 이름의 암컷이었다. 데니사는 키이우 남서쪽과 서쪽에서 여러 차례 군사 행동에 노출됐는데, 폭발과 전투 지점(지도에서 회색으로 표시)으로부터 1km 안쪽을 비행했다. 그 구간에서 데니사의 비행 속도는 급격히 느려졌고, 과거 경로와 달리 서쪽으로 우회했다.
항라머리검독수리 개체마다 반응이 달랐지만, 전쟁 전과 2022년 이동 기록이 모두 있는 17마리 중 15마리(88%)가 전쟁이 있던 해에는 이전 어느 해보다 높은 경로 편차를 기록했다.
전쟁터가 된 쉼터, 휴식을 포기하다
분쟁 이전에는 90%의 독수리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며칠씩 머물며 쉬어갔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에는 단 32%의 개체만이 기착지에 머물렀다.
기착지를 건너뛴다는 것은,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번식지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항라머리검독수리는 일 년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고, 번식 성공률도 약 60%에 불과한 '느린 생활사(slow life history)'를 가진 종이다. 번식 전까지 체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새끼 양육에 투입하는 에너지가 줄고, 둥지를 떠나는 시기가 늦어지며, 결국 그 해 번식의 실패로 이어진다.
💡AFF's Comment
우크라이나 전쟁이 5년째에 접어들었다. 양측 전사자만 50만 명을 넘어섰다는 추산이 나온다. 휴전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 논문이 기록한 2022년 봄의 비극은 2023년에도, 2024년에도, 2025년에도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피해를 이야기할 때,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인간에게 향한다. 수만 명의 사상자, 천만 명의 난민, 파괴된 도시. 그 참상의 무게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논문은 전쟁에 '동의한 적 없는' 존재들의 피해를 아주 구체적으로 묻는 데 성공했다. -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