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동물복지는 진보-보수 차이 적다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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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정치 성향에 따른 '동물복지' 인식

 원문읽기 Jenni, S., Ammann, J., Irek, J., & Hopwood, C. J. (2025). Political orientation and attitudes about agricultural reforms around sustainability. Future Foods.

스위스 연구에서 동물복지는 기후변화에 비해 보수층의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wikimedia commons


🐮 핵심 내용은?

기후, 에너지, 환경, 동물복지... 이들은 식품 시스템 개혁과 연관되어 있고, 정치적 진영 싸움의 전장이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동물복지'가 이념의 장벽을 넘는 유일한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위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 스위스 유권자 9,385명을 분석한 결과, 환경 보호와 재생에너지 등은 좌-우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 반면, 동물복지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모든 진영에서 높은 우선순위로 꼽혔다.
  • 이는 '기후'라는 단어가 보수층에게 정치적 위협으로 다가갈 때, '동물의 고통'에 대한 도덕적 직관은 그 경계를 초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상세 분석

식품 시스템 개혁은 경제와 복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여론의 양극화로 인해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와 스위스 농업연구센터 연구팀은 좌-우 정치 성향이 식품 시스템의 다양한 의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스위스 국민을 대상으로 한 5개의 데이터세트를 활용했다. 여기에는 농업 정책에 대한 대규모 소비자 설문과 함께 '깨끗한 식수', '공장식 축산 반대', '생물다양성' 등의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심층 조사가 포함됐다. (직접민주주의의 고향인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자주 시행하며, 이는 세계 정치학자들의 데이터로 자주 활용된다!)

주요 결과: 무엇으로 나뉘고, 무엇으로 하나가 될 수 있나?

  1. 진보(좌파)의 우선순위: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환경 보호 이슈 전반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였다. 소비자 영역에서도 공정 임금 등 사회적 기준을 중시했다.
  2. 보수(우파)의 우선순위: 식량 안보와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국내 식량 생산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꼽았다. 육류 소비에 대한 몰입도가 높으며, 육류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3. 양극화의 예외 지대: 이 연구의 가장 결정적인 발견은 동물복지이다. 환경 보호(기후 변화) 이슈는 좌-우 간의 격차가 매우 컸지만, 축산 동물복지에 대한 우려는 보수 진영에서도 비교적 상위권에 속했다. 목표가 상충하는 상황에서도 보수 성향 응답자들은 동물복지를 식량 생산이나 농민 소득만큼 중요하게 평가했다.


💡AFF's Comment

최근 KAIST 이다솜 교수팀의 연구는 한국 사회의 서글픈 초상을 보여주었다. 한국 보수층에게 재생에너지는 '지구를 구하는 기술'이나 '경제적 기회'가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전유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기후위기가 시급한 생존 문제인데도, 이념의 방어 기제가 공론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닫아버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관련 기사: 보수층은 왜 재생에너지 싫어하고, 원전 선호할까)

이번 연구를 보면, 스위스의 보수층도 기후 이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보수층이 동물복지에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왜일까? 기후와 환경은 기존 규범의 변화를 요구하는 '추상적 가치'인 반면, 동물의 고통은 정치적 경계를 넘는 도덕적 직관에 호소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동물이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는 감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동물복지 운동 전략에 중요한 함의를 준다. 동물복지를 환경주의의 하위 범주로 묶어 진보의 의제로만 프레이밍 하면,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동물복지를 독립적 가치로 제시하면, 좌우를 아우르는 연대가 가능해진다. 동물복지 정책을 기후 프레임이 아닌 동물의 고통 프레임으로 제시할 때,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의 수용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2023년 <네이처 푸드>에 실린 독일 육류세 연구가 있다. 육류세를 환경 명목으로 부과할 때보다 동물복지 명목으로 부과할 때 수용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결국 동물복지는 좌우의 공통 언어이다. 동물복지를 진영의 논리에서 분리하여, 보편적인 공감과 미래의 비전으로 정립하는 일, 그것이 인류세의 교착 상태를 뚫어낼 가장 부드럽지만 강력한 우회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한 '탈정치의 동물 정치'는 가능할까?  -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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