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우리는 왜 소가 멍청하다고 생각했나?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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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자유자재로 도구 다루는 소 '베로니카'
원문 읽기 I Osuna-Mascaró, A. J., & Auersperg, A. M. (2026). Flexible use of a multi-purpose tool by a cow. Current Biology.

베로니카가 몸을 긁는 데 사용하는 여러 물건 중 하나인 막대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안토니오 J. 오수나 마스카로/Current Biology
🐮 핵심 내용은?
- 오스트리아의 13살 소 '베로니카'가 막대기 솔(한쪽에는 솔이 달려 있음)의 양쪽 끝을 신체 부위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유연한 다목적 도구 사용' 능력을 보여줬다.
- 침팬지나 까마귀와 같은 특정 종에게만 국한된다고 여겨졌던 물리적 인지 능력이 소에게 잠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 상세 분석
소를 보러 다섯 시간을 달려간 과학자
빈 수의과대학의 인지생물학자 앨리스 아우어스페르그는 동물 도구 사용에 관한 책을 출간한 직후, 오스트리아 남부 제빵사가 키우는 소의 영상을 받았다. 13살 암소 베로니카가 빗자루로 몸을 긁고 있었다. 그간의 과학 지식으로선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다섯 시간을 달려 베로니카의 행동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실험과 관찰을 시작했다.
베로니카의 정교한 도구 조작
- 7회의 세션, 76건의 도구 사용을 관찰했다. 베로니카는 긁을 때 막대기 솔을 이용했다.
- 베로니카는 혀로 막대기를 올려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물고 정밀하게 조작했다. 정확한 그립으로 도구를 정밀하게 조작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 등과 허리 같은 두꺼운 피부에는 거친 솔(brush) 끝으로 문질렀고, 유방이나 항문 주변 같은 민감한 부위에는 매끄러운 막대(stick) 끝으로 부드럽게 밀었다. 하나의 도구를 서로 다른 기능에 유연하게 활용하는 '다목적 도구 사용' 능력은 인간과 침팬지에게서만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AFF's Comment
동물을 만평 소재로 잘 활용하는 만화가 게리 라슨(Gary Larson)이 'Cow tools'(왼쪽 그림)라는 삽화를 그린 적이 있다. 도대체 '무슨 뜻이냐'라며 독자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인터넷 밈이 되었는데, 게리 라슨은 훗날 '조잡하고 쓸모없는 도구를 소가 만들었다'라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 도구는 사실 동물의 지능에 대한 인간의 비웃음과 다름없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침팬지와 코끼리, 돌고래, 까마귀 등 이른바 '고등' '야생동물'의 인지와 행동을 연구했다. 그들이 도구를 사용하고, 선물을 주고, 장례식을 치른다는 걸 확인했다. 동물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인지행동 연구의 빈 공간이 있었으니, 소, 돼지, 닭 등 우리가 먹는 축산 동물이다. (게리 라슨은 특히 소를 만화의 소재로 잘 활용하는데, 오른쪽의 그림은 서로 다른 종의 '어포던스'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소가 멍청하다고 믿어왔을까? 그 이유를 '고기 패러독스(Meat Paradox)'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선 동물을 먹어야 한다는 욕망과 생명을 해치는 것에 대한 죄책감 사이의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에게 고통을 느낄 '마음'이나 '지능'이 없다고 믿으려는 강렬한 힘이 작동한다. 우리가 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식탁이 그들의 지능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베로니카의 발견은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이 논문은 신체에 견줘 큰 뇌나 정교한 손, 부리가 있어야만 도구를 다룰 수 있다는 진화적 통념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또한, '환경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베로니카가 보여준 천재성은 오스트리아의 한 가정이라는 풍요로운 자극이 주어졌기에 발현된 것이다. 반면, 국내 축산 현장의 실정은 어떠합니까? 극도로 단조로운 공장식 축산 환경은 동물을 멍청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적 역량을 발휘할 기회 자체를 원천 봉쇄한다. 진정한 의미의 동물 복지는 단지 물리적 고통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동물이 가진 잠재적 지능을 발휘하고 자신의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인지적 풍요'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베로니카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동안 당신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높은 지능인가? 아니면 우리와 함께 살아갈 새로운 방식인가?" - 남종영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