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Researchers] 국회 보좌진에서 상아탑 연구자로 변신한 박현지 연구원

  • 202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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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Fuuture Researchers  | 박현지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원


다람쥐와 개구리가 놀러 오던 평화로운 집 마당에서 한 아이의 마음속에 ‘동물에 대한 애정’이라는 씨앗이 뿌려집니다. 그 씨앗이 대한민국 야생동물 정책의 근간을 만드는 나무로 자랄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입니다. 회계와 행정 업무를 시작으로 17대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가, 운명처럼 야생동물 정책의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Future Researcher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 제정을 주도하고, 이제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기후위기와 동물을 연구하는 박현지 연구원입니다.



Q. 국회 보좌진에서 학자로 변신한 과정이 매우 독특합니다. 마음속에서 동물이라는 화두는 언제 자리 잡았나요?
A. 서울 변두리의 우리 집 마당에 놀러 오던 다람쥐와 개구리, 새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강아지가 그 동물들과 교감하는 걸 보며 행복감을 느꼈고요. 동물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학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17대 국회 중반부터 국회 의원실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17~18대 국회에서 근무할 땐 동물 정책과는 무관한 정치자금 회계와 행정 일을 했거든요. 그런데 19대 국회에서 당시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당선자이셨던 장하나 의원님을 만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장 의원님께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등 사육되는 야생동물의 복지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계셨어요. 제가 자연스럽게 그 업무를 맡아 일명 ‘일본식 포경 금지 법’ 마련에 대한 일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야생동물과 인연을 맺었죠. 동물원법 제정을 비롯해 일명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방지법, 국제적 멸종위기종 관리 강화법, 웅담 채취 사육곰 종식 특별법, 제돌이 방지법(불법포획 해양생물 처벌 강화) 등 각종 법률 제·개정 작업을 도맡았습니다. 그게 제 인생을 이렇게 바꿔 놓았어요. 일밖에 모르던 제가 이렇게 환경 공부를 하게 됐으니까요.

Q. 법안을 만들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A. 동물원법 제정 당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극심했어요. 결국 처음 구상했던 동물복지에 대한 부분이 많이 빠진 채, 이른바 ‘뼈대만 남은 법(Skeleton Legislation)’으로 통과되었죠. 그 뒤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보완이 되고 있긴 하지만요.

Q. '기후재난 시대 동물원 전시 동물의 복지 강화' 연구로 동물과미래포럼의 2025 연구지원 사업에 선정되셨어요. 심사위원들로부터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정책 연구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A. 아! 정말 그런가요?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소실은 동전의 양면 같아요. IPCC(기후변화정부간패널)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도가 오르면 지구 절반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서 유엔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도 보고서에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 이제는 단순한 보호를 넘어 이전에 시도된 적 없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최근 연구에서는 달라진 동물원의 기능 변화를 찾아볼 수 있어요. 과거의 전시·여가 기능에서 벗어나, 지속가능발전과 생물다양성 보전 등 국제적 목표 달성의 주체로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국내 동물원은 폭염과 같은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제도조차 없는 상황이에요. 실제로 멸종위기종이 동물원에서 폭염으로 폐사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고요. 종 보전, 생물다양성 교육 등의 사회적 임무가 주어진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이 기후재난으로 폐사하다니... 하루빨리 기후 적응 관점이 동물원법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Q. 동물과미래포럼이 어떤 곳이 되었으면 좋겠나요?
A. 야생동물 정책은 환경 분야 내에서도 늘 ‘마이너’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할 때도 처절하게 느꼈고, 지금 연구자로서도 느껴요. 생물다양성 정책을 다루는 연구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연구 지원 사업이나 전문 학회도 부재합니다. 그래서 동물과미래포럼의 창립은 너무 반갑고 든든했어요. 저의 바람은 포럼이 학회로 발전하는 거예요. 그래서 동물 정책에 관한 많은 연구가 발표되고, 튼튼한 학술적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포럼을 통해서 많은 동물 연구자가 힘을 받고, 그 힘을 받은 연구자들이 국내외 동물 정책의 발전을 견인하길 바랍니다.

✒️ Editor’s Note | 

박현지 연구원은 '좋은 정책을 위해선 좋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걸 여의도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국회의 의원실에서 조그마한 연구실로 그가 선 자리는 바뀌었지만, 그가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글 남종영, 사진 박현지 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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