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Researchers] 소를 기르고 죽이는 삶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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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Fuuture Researchers | 전재민 연구자
전재민 연구자는 어떤 의미에서 '소와 함께' 태어났습니다. 그의 백일 선물로 외할머니가 소를 주셨거든요. 가족과 함께 소밥을 주고 짚도 실어오던 그가 대학에서 동물권 운동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연구는 어쩌면 자신 존재의 뿌리 동시에 인간-동물 관계의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를 찾는 작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석사 수료한 전재민입니다. 지금은 축산업, 특히 한우 산업 안에서 소와 사육 농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소를 생산하고 돌보는 실천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대해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석사도 졸업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연구자라고 소개하기가 좀 난감하게 느껴지네요. ㅎㅎ
Q. 동물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고 들었어요.
A. 부모님은 제가 태어난 동시에 소를 키우셨어요. 제 백일 선물로 외할머니가 송아지를 선물해주신 것이 소를 키우게 된 계기였어요. 처음에는 몇 마리 안 되었는데, 이제 소를 키운 지도 30년이 넘었으니 숫자가 많이 불어났지요. 저도 어렸을 때는 소밥도 많이 주고, 짚도 실어 오고 소 관련된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소를 키우는 건 온 가족의 일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서울로 대학을 오고, 동물권 운동을 접하면서 이상하게 소와의 거리가 멀어졌어요. 주변에 채식을 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동물 운동 단체에 들어가는 친구도 생기면서, 소를 키우는 집이라는 게 부끄럽게 느껴졌거든요. 내가 소를 ‘착취’해가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소를 마주하는 데에 있어서 불편함을 만들었던 거죠. 고향 집을 방문하더라도 우사 쪽으로는 잘 가지 않고, 소밥을 주는 일도 잘 하지 않게 되었어요. 축사 안의 소와 저의 삶은 서로 공존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대학원에 와서 전혀 뜻하지 않게 도나 해러웨이의 ‘종과 종이 만날 때’를 읽었어요. 제겐 완전히 신세계였어요. 도나 해러웨이가 말하는 ‘반려종(companion species)’이 꼭 제게는 소를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제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전 늘 소에게 빚지는 삶을 살고 있어요. 소가 있어서 제가 지금까지 성장하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거죠. 저는 소를 외면하기 보다는 마주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소와 얽힌 나의 삶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나의 반려종인 소에게 어떤 응답을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는 중이에요.
전재민 연구자의 가족이 사육 중인 소들. © 전재민Q. 연구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제 석사 논문은 소를 기르고 죽이는 삶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에요. 축산의 산업화가 최근 50년 동안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한우 사육은 더 규모가 커지고 밀집화됐을 뿐만 아니라, 소의 몸을 더 기름지고 커다랗게 만들고 있어요. 여기에 각종 기계와 기술이 사육을 자동화하고, 개체에 대한 관리를 정밀화하고 있지요.
그런데 소에 대한 사육 농민의 돌봄은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어요. 한우를 번식하는 과정에서도, 소의 사양을 관리하는 과정에서도 사육 농민의 세밀한 관찰과 적절한 개입 없이는 산업의 기술과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거든요. 사육 농민과 소는 반복되는 접촉과 돌봄의 실천 속에서 비대칭적인 상호의존 관계를 만들어가요. 사육 농민이 없이는 소가 살 수 없지만, 소를 기르지 않는 사육 농민의 삶도 상상하기 어려워지죠. 이런 상호 구성의 관계가 안타까움이나 미안함, 거리 두기의 정동적 긴장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사육 농민의 돌봄과 책임을 변화시켜나간다는 것이 제 주장이에요.
이런 점에서 소를 생산하는 일과 돌보는 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과 살리는 일은 분리되기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작동한다는 것이죠.
저는 이런 사실이 일으키는 긴장과 모순이 지금의 축산에 있어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관해 주목하고 있어요. 아직 연구가 부족해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남은 시간 동안 더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Q. 동물과미래포럼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A. 제가 위치한 자리가 그래서이겠지만,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뿐만 아니라, 동물과 함께 매일을 사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동물과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동물과 관련하여 어떤 능력과 경험, 지식을 갖고 있는지, 그들이 동물을 통해 삶을 이어가면서 어떤 윤리적·정치적 긴장을 겪고 있는지까지도요. 저는 동물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사육 농민, 사육 노동자, 동물 실험실 연구자, 도축장 노동자 등과 연대함을 통해 비인간 동물과의 더 나은 공생을 꿈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