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Insight] 오랑우탄이 '숲의 소문'에 빠삭한 이유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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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Animal Insights | 오랑우탄 엄마들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약속'을 잡는다
원문읽기 I Jacobson, O. T., and et al. (2026). Maternal ranging strategies facilitate offspring social play at energetic cost in the most solitary ap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3(42) [online] https://doi.org/10.1073/pnas.2621225123
어미 오랑우탄이 딸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새끼가 또래와 노는 날 어미는 더 멀리 걷고 덜 먹는다. ©Tuanan Orangutan Research Project – Mure Wipfli/UZH
🐮 핵심 내용은?
기본적으로 오랑우탄은 숲의 단독자이다. 암컷과 수컷은 번식할 때만 제외하곤 혼자 산다. 어미는 평균 7.6년에 한 번 새끼를 낳아 홀로 키운다. 왠만해선 같이 모이지도 않는다.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취리히대 연구진이 보르네오 투아난 연구기지에서 15년 동안 어미 14마리와 새끼 31마리를 따라다니며 쌓은 3만 2,600시간의 기록을 분석했다. 오랑우탄 어미들은 새끼들을 위해 서로 만나고 있었다.이렇게 만나 이웃 지역의 새끼와 논 날은 전체의 6%였고, 노는 시간은 하루 20분 남짓이었다. 그 하루를 위해 어미는 전날부터 이웃의 어미가 사는 지역을 향해 걸었고, 놀이가 끝나면 그날 안에 자기 지역으로 돌아왔다.
🌐 상세 분석
투아난은 중부칼리만탄의 이탄 습지림이다. 큰 열매나무가 드물어 오랑우탄이 먹이 때문에 한 곳에 모이는 일이 거의 없다.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새끼를 돌보는 어미를 아침 둥지에서 저녁 둥지까지 따라다녔다. 오랑우탄의 출산은 계절을 타지 않기 때문에, 새끼들의 나이는 제각각이었다.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했다. 어미가 새끼의 놀이 상대를 고른다면, 나이가 비슷한 새끼를 둔 이웃과 더 자주 만날 것이다.
정말로 그랬다. 또래 새끼를 둔 어미들은 행동권이 겹치는 구역을 더 집중해서 방문했다. 새끼들의 나이 차가 작을수록 함께 노는 횟수가 늘었다. 혈연도 작동했다. 새끼들의 놀이 만남이 있었던 139일 가운데 134일은 어미가 모계 친척과 만난 날이었다. 친척 이웃이 없는 암컷의 새끼는 또래와 노는 일이 거의 없었다.
멀리까지 왔다갔다하는 비용은 어미가 치를 수밖에 없다. 놀이 전날 어미는 상대 어미의 핵심 구역 쪽으로 이동했고, 놀이가 끝나면 그날 안에 자기 구역으로 돌아섰다. 새끼가 노는 날 어미는 이웃과 그냥 함께 있던 날보다도 더 멀리 걷고 덜 먹어야 했다. 이동 거리는 놀이 당일에 가장 길었고, 다음 날도 길었다. 이렇게 '이웃 아이들과 놀게 하는 것'은 며칠에 걸친 계획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선임저자 마리아 반 노르드베이크는 '숲의 소문'에 오랑우탄 어미가 귀기울인다고 봤다. 어미들은 이웃이 누구인지, 누가 언제 새끼를 낳았는지 안다.
오랑우탄은 에너지를 작게 사용하는 종이다. 포유류 가운데 대사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고, 육상동물 가운데 출산 간격이 가장 길다. 에너지의 과다 사용은 다음 출산을 늦출 수 있다. 실제로 놀이는 과일열매가 넉넉히 열리는 달에 더 자주 일어났다. 불곰의 경우, 연어가 올라가는 길목에 모여 사냥할 때 새끼들의 놀이터를 차려지고, 기린은 공동 탁아 무리를 만든다. 반면, 오랑우탄 어미는 먼 거리를 이동하지만, 새끼들이 느끼는 '놀이의 즐거움' 말고는 얻는 이득이 없다.
💡 AFF's Comment
투아난 숲은 2015년 엘니뇨 가뭄 때 큰 산불을 겪었다. 같은 연구팀은 산불로 인해 몇 해 동안 과일이 줄자 암컷들이 만남 횟수가 줄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기후변화로 숲이 훼손되면 먹이뿐만 아니라 새끼의 놀이도 영향 받을 것이다.
문득 사람에 관해 생각해 본다. 공저자인 메그 크로풋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장의 말처럼, 사람은 아이를 무리 속에서 키우도록 진화했지만, 현대의 삶은 점점 혼자 키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이 친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을 위해 누군가는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아이들이 노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 시대, 엄마 아빠는 그래서 더 힘든 게 아닐까. — 남종영 동물과미래포럼 운영위원(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