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Researchers] 동아시아 역사학자가 동물에게 간 이유

  •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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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과미래포럼 사무국


 Fuuture Researchers  | 이종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농업과 농촌을 다룬 과학사 연구들이 곡물은 말하면서 동물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해왔다는 것. 이종식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동물 연구로 발을 옮긴 출발점입니다.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문화대혁명기 수의 침술학 교재가 그 결심을 굳혔습니다. 지금은 마오 시대 중국의 수의 노동자와 동물들을 다룬 영문 단행본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역사의 눈으로 읽어온 그를 만났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A.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과학사, 과학기술학(STS), 과학기술정책, 인간-동물 연구 등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는 이종식이라고 합니다. 중국 근현대 농촌 사회경제사에 천착하던 전통적인 역사학자로 출발하여 경종학, 유전학, 역축, 농기계, 화학비료 등에 관심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되어 과학기술사, STS, 그리고 동물을 포함하는 비인간 세계 전반에 관한 연구 동향으로까지 공부가 확장되었습니다. 현재는 박사논문을 발전시킨 영문 단행본이자 사회주의 농업 집단화 맥락 속 인간과 동물 관계를 조명한 연구서 <인민을 넘어서는 인민공사: 마오 시대 중국의 수의 노동자와 비인간 동물들>(시카고대학교출판부 근간)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Q. <탄소 기술관료주의>와 <리센코의 망령> 등 주요 저작을 번역하셨어요. 주로 소련 및 동아시아 과학사에 집중하셨는데, 어떻게 동물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A. 과학사 및 STS 분야로 진입한 이래 줄곧 농업과 농촌을 매개로 한 인간과 비인간 세계의 관계맺음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요. 쌀이나 밀 등 주요 곡물을 중심으로 한 농업과학사를 따라가다 소련이 표방했던 '프롤레타리아 유전학' 리센코주의를 만나기도 했고요(<리센코의 망령>). 농촌이라는 공간을 그 자체로 가치 있게 인식하기보다는 근대화시키고 공업화시켜야 한다고 믿었던 역사적 행위자들의 기획을, 그리고 그에 반드시 필요했던 화석연료 에너지(특히 석탄)의 힘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문제의식에도 공감했습니다(<탄소 기술관료주의>).

 문득 이러한 연구들이 주로 식물이나 광물을 다룰 뿐 동물에 대해서는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동물에 대해 조명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우연히 유학 중이던 대학의 도서관에서 문화대혁명 시기에 간행된 중국 수의 침술학("중수의학"이라고 부릅니다) 교재를 발견한 뒤로 동물에 대해서 깊게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동물사(animal history)와 동물연구(animal studies)에 입문하게 되었고, 제 나름대로 마오 시대 중국이라는 시공간을 무대로 이런 문제의식을 심화시킨 것이 <인민을 넘어서는 인민공사>라는 책입니다.

유학 중에 우연히 발견한 중국 수의 침술학 교재를 읽고, 동물에 관해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책은 소와 돼지의 혈자리를 해부학적 도상과 함께 제시했다.

Q. 2024년 쓰신 책 <벌거벗은 동물사>를 읽었어요. 동물에 대한 태도와 식민주의가 교차하는 지점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오늘날 우리 스스로도 동물 사랑을 앞세워 일부 다른 인간을 혐오하고 비하하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뒤돌아 봐야 한다."는 문장도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A. 말씀해 주신 대로 <벌거벗은 동물사>(제목은 제가 아닌 출판사가 지은 것입니다 :))에서는 동물 애호가 서구중심주의랄지 식민주의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자는 구호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무해한 것 같아 보일지라도, 그 사랑이 실은 선별적이지 않은지, 그 사랑의 이면에는 어떤 존재를 향한 미움이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독자 분들이 스스로 반성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텍스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 역사적으로 부족한 부분,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이른바 인류세의 위기 상황에서 보다 더 호혜로운 인간-동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공통의 터전을 가꿔나갈, 바꿔나갈 책임은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나눠서 지기보다는) 더 무겁게 짊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Q. 동물과미래포럼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A. 인간과 동물 관계, 동물사, 다생물종 과학기술학(multispecies STS), 수의인문사회과학 등은 그 자체로 매우 학술적인 의의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기관이나 기회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관련 연구가 독려되거나 연구자 후속 세대가 양성되거나 연구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물과미래포럼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동물을 둘러싼 다양한 학문적 노력을 더 발굴하고 진작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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