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정책입법] 강아지 생산은 6만인데 판매는 15만 마리?

정책 · 입법

[정책입법] 강아지 생산은 6만인데 판매는 15만 마리?

  • 동물자유연대
  • /
  • 2020.06.19 17:00
  • /
  • 2251
  • /
  • 1

지난 5월 동물자유연대는 전국 기초지자체 244곳을 대상으로 관할 동물관련 영업 실적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습니다. 신고/허가된 생산판매업 실적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전체 생산판매업 규모를 가늠해보기 위함이었는데요.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허점투성이였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는 동물보호법 상 영업자 준수사항에 따라 지자체에 1년에 한번 실적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자체는 영업자 준수사항 준수여부를 매년 1회 이상 점검하고 그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즉, 기초 지자체는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실적을 취합, 집계하여 광역 지자체에 보고해야 하고 그 결과는 합산되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정보공개청구 결과, 상당수 지자체는 정보 자체가 없다고 답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실적 자체가 부실한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등의 이유가 아니면 정해진 법률에 따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초지자체 244곳 중 6곳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29곳은 관련 정보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실적을 공개한 209개 지자체의 수치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축종별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잘 관리되고 있는 개만 하더라도 취합된 실적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생산된 강아지는 61,199마리, 판매된 강아지는 157,399마리였습니다.

생산된 강아지보다 판매된 강아지가 약 10만 마리나 더 많았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 강아지들은 모두 불법생산업체에서 온걸까요?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17년 한해 동안 약 20만 마리의 개가 경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마다 그 수치가 다를 수는 있지만 반려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감안한다면 ‘19년 경매장을 통해 거래된 개는 적어도 20만 마리 이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매에는 허가받은 생산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정보공개청구 결과는 이 수치와 유사해야 할텐데요. 그러나 동물자유연대가 취합한 실적은 고작 6만 마리. 지자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적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업체가 실적을 내지 않으면 사실상 실적을 강요할 수가 없다", "제출한 업체에 한해 관리하고 있어 우리 지역의 전체 실적은 아니다"며 오히려 자신들의 어려움을 토로습니다. 물론 담당자 한 사람이 많게는 수 백 곳에 이르는 반려동물 관련 업소를 모두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별 동물보호부서는 어렵다 하더라도 전담인력은 배치해야 한다는 동물단체들의 요구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력의 부족만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실적보고는 영업자준수사항에 포함된 내용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행정처분(영업정지)을 내리도록 되어 있지만 그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농식품부는 매해 지자체와 함께 반려동물 영업자 특별점검을 실시해 시설 및 인력기준 및 영업자 준수사항 등을 점검합니다. 그 기본이 되는 전체 시장 규모, 실적조차 가늠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현상 위주로 이루어지는 점검을 통해 과연 목적대로 건전한 영업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까요? 

현행 동물보호법은 고통조차 호소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자신의 희생으로 고발하고, 많은 시민들의 요구로 변화되어 온 결과물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지키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아무런 제재도 없다면 동물들의 희생과 시민들의 노력은 허사가 될 것입니다.

정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반려동물 영업에 대한 관리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반려동물 생산 유통환경 개선 △불법영업 근절 △반려동물 이력 관리 강화 의 세부과제를 밝혔습니다. 신고/허가를 통해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업체에 대한 관리도 이럴진데, 불법 번식장/불법 판매까지 생각한다면 아직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여전히 열악한 영업환경 속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밝힌 대로 불법영업을 근절하고 생산유통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계획도 중요하지만 현재 이행되어야만 하는 시설 및 인력기준, 영업자 준수사항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지자체와 정부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 자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2017)」

농림축산식품부 「2019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2020)」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부 지자체 반려동물 영업자 대상 합동점검 실시(2020)」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5개년(‘20~’24년) 종합계획(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