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오마이뉴스 기획 기사] 떠돌이 개 빽돌이와 함께 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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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 기사] 떠돌이 개 빽돌이와 함께 한 1년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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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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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오마이뉴스와 함께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라는 기획으로 유기동물과 입양에 관한 연재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 다섯 번째 기사, ''떠돌이 개 빽돌이와 함께 한 1년''입니다.



2012년 6월, 서울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 얼굴의 상처가 심하게 괴사된 떠돌이 개가 신고됐습니다. 주변 상인 등 목격자는 있었지만 경계심이 강해 좀처럼 잡을 수 없고, 나서서 치료해 줄 사람도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 날 바로 포획 장비를 챙겨서 현장으로 갔습니다. 주차된 차 밑에서 슬픈 눈의 떠돌이 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녀석의 눈에서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이 떠돌이 개에게 우리가 희망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경계가 심하다는 말과는 다르게 금세 잡혔으니까요. (중략)

빽돌이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두 달 정도의 입원치료 후 2012년 8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입소했습니다. 복지센터에 입소 후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녀석은 대부분의 시간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혼자 보냈습니다. 특별히 따르는 사람도 없고, 친한 동물도 없이 홀로 생활하는 게 꽤 익숙해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밥을 주고 얇은 이불을 하나 깔아주니 순식간에 빽돌이가 어딘가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이불 중간은 다른 동물들에게 양보하고 이불 끄트머리에 겨우 자리를 잡는 빽돌이. 툭툭 튀어나온 뼈가 딱딱한 바닥에 쓸리지 않게 여러 번 자리를 고쳐 잡더니 이내 온 몸을 돌돌 말고 잠 잘 준비를 했습니다. 그 모습이 제 눈에는 퍽이나 고단해 보였습니다. 누구도 해를 가하지 못하게 자신만의 방패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 날 저는 빽돌이를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녀석에게 온 몸을 감싸는 푹신한 이불 위에서의 하룻밤을 선물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중략)

2014년 7월 13일 일요일 오후 3시 15분. 빽돌이는 더 이상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떠돌이 개가 아닌, 우리 부부의 첫째 아들로 눈을 감았습니다.(중략)

지금도 동물보호소에는 빽돌이처럼 힘겹고 고달픈 떠돌이 생활로 큰 상처를 입고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은 입양의 기회조차 거의 없습니다. 이들에게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사랑 받고 신뢰하는 방법을 가르쳐 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과 정성이 동물들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우리에게는 보살피는 기쁨을 더 크게 안겨 줄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는 주차장을 전전하며 살던 동자, 배에 큰 상처를 입고 떠돌던 가온이, 늙고 병든 몸으로 고단한 길 생활을 하던 멍이가 몸의 상처를 회복하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족이 되어 보세요. 제가 느꼈던 ''진심으로 행복해지는 순간''을 여러분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댓글


토토멍멍 2014-11-26 00:39 | 삭제

사람에게 버려지고 상처받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생명이었지만, 결국 사람에게 구조되고 치료받고 잠시나마 사랑받고 떠난 빽돌이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잊지 않을겁니다. 고맙습니다.


숀형 2014-11-26 13:23 | 삭제

빽돌이는 지금도 참 행복하고 엄마아빠가 든든할 거예요, 그쵸?


이경숙 2014-11-26 18:02 | 삭제

안그래도 오마이뉴스에서 윤국장님이 쓰신 이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났어요...윤국장님 가족들이 빽돌이에게 베푼 그 깊은 사랑에 감동해서요
빽돌이도 많이 보고 싶더군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윤국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