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구정 떠돌이 코코를 구조하여 임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코코는 현재 아주 잘 지내고 있어서 묶여지내는 것이 괴롭겠지만 전부터 회사에
살던 녀석도 사정상 묶어 놓게 되었는데 둘을 나란히 묶어 놨더니 그냥저냥 잘 지내네요.
오늘은 이 녀석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틀 전 제게로 온 한 녀석의 이야기입니다.
한 달전 쯤 됐을까요...회사에 묶어두고 키우는 코코때문에 일요일에도 하루 두 번
밥을 챙겨주기위해 회사로 달려갑니다.
그날도 그렇게 밥을 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처음보는 요크셔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아무리봐도 주인이 없는 듯 하여 가만히 앉아서 불렀더니 반색을 하며 미친듯이 뛰어옵니다.
너무 좋아 점프를 하며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이네요.
근처 가게에 들어가 혹시 주인이 있는 지 물었지만 처음보는 개라 하십니다.
주인은 없는 듯 한데 제가 데려갈 상황도 여의치 않고 이 아이는 남자녀석인데
그 당시 코코는 생리중이었고 이미 회사에서 키우는 아이는 남자라서 다른 남자아이를 보면 공격을 하는터라 회사로도 집으로도 데려갈 수 없었습니다.
고민고민을 하다 방법이 없어 도로쪽이 아닌 반대쪽에 놓아두고 멀리가는 모습만 보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뒤로 또 그 아이를 마주칠까 일요일에 회사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어찌해 줄 수 없기에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기때문이죠.
그런게 지난 토요일 근무 중 잠시 가게를 가기위해 사무실을 나섰는데 저쪽에서 중학생쯤으로 돼보이는 남자 아이들 8명쯤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엔 까맣고 작은 강아지 한마리가 연신 풀 냄새를 맡으며 같이 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옆으로 지나갈 때 그 학생들이 멈춰선 강아지에게 야~거기 있으면 안돼 얼른 와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 그 강아지와 저는 눈이 마주쳤고 그 아이는 바로 한 달 전 제가 만난 그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보자 또 반색을 하며 달려와 제 얼굴을 핥았습니다.
제가 그 학생들에게 주인이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합니다.
데려가 키울거냐고 하니 아니라고 하기에 우선 제가 안고 회사로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한달 전 만났을 때 그 아이는 몸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제 보니 몸줄을 하고 있었습니다. 줄은 없고 몸에 하네스(?)라고 하는 것만 있었고 앞머리도 누군가 잘라준 것 같았습니다.
우선은 묶어두고 밥을 줬는데 밥도 잘 안먹더군요. 배가 고픈 것 같진 않고 그저 사람이 좋아 졸졸졸 따라다니기만 합니다.
저로 인해 지금 회사에서는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장님 이하 다른 회사 직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또 머리나 몸줄을 보면 주인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우선 줄은 풀어두고
혹시 몰라 임시로 있을 집과 물 사료를 두고 퇴근을 하였습니다.
일요일에도 회사엔 나가지 않았구요...오늘 아침 출근을 하면서 집이 있다면 찾아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으로 회사에 도착했을 때 그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집으로 찾아갔구나라고 안도를 하고 있던 그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온 그 아이.
이틀 동안 절 기다렸던 걸까요...
결국 그렇게 또 한 아이가 저에게 왔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집에서 마음껏 사랑을 줄 수도 없고 열악한 이 곳에서 방치하며 키워야하기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시골이라 여름이면 개도둑이 판을 칩니다.
그러기에 안전하지 않은 이곳에서 저 아이들이 올해를 무사히 날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이렇게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네요.
왜 이렇게 작고 여린 아이들을 보듬어주지 못하고 버리는지...
그냥 괴로운 마음에 오전부터 주절주절 넋두리를 늘어놓습니다.
다래뿌꾸언니 2011-03-14 11:55 | 삭제
전혜영님 참 마음이 착하세요.
저는 길거리에 있는 아이들 보면 마음은 아프지만
데리고 올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쳐다 보기만 합니다.
언능 코코도 좋은 곳으로 입양 갔으면 하고
요키 아가도 주인이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이경숙 2011-03-15 10:23 | 삭제
혜영님...정말...고맙습니다...1004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