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부고] 여주 개농장 구조견 무열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 2025.08.14
2025년 8월 9일
여주 개농장에서 구조된 무열이가
위염전증후군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무열이는 2017년 비좁은 뜬장 속에서 수많은 도사견들이 굶어 죽어간 참혹한 현장에서, 아사 직전 간신히 구조되었습니다. 구조된 이후에도 무열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겁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간식 앞에서는 늘 경계를 풀었습니다. 활동가의 손에 간식이 보이면 어느새 큰 발걸음으로 다가왔고, 꼬리를 살짝 흔들며 기다렸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무열이의 얼굴에는 희끗한 털이 하나둘 늘어갔습니다. 구조된 지 어느덧 8년, 위탁 보호소에서 지내며 차츰 사람의 기척에 덜 놀라고, 편안히 낮잠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순한 성품을 가졌는지,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작은 변화와 느린 호흡으로 세월을 덧칠해 갔습니다.

올해 여름은 무열이를 온센터로 데려올 준비를 막 끝내던 시점이었습니다. 더 자주 보고, 더 가까이서 돌볼 날이 머지않았는데, 무열이는 그렇게 우리의 품으로 오기 전에 먼저 먼 길을 떠났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회와 세상을 상상해봅니다. 무열이와 같은 대형견 친구들도 쉽게 입양되어, 가정에서 지내는 모습이 당연한 일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산책 나간 길가에서, 가족과 나란히 걷는 커다란 몸과 조용한 발걸음을 만나는 일이
흔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 세상에서는 늘 포화 상태인 보호소가 아니라, 언제든 위기와 고통 속에 있는 동물에게 최선의 돌봄을 내어줄 수 있는 자리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무열이가 두려움 대신 평온을 만나길, 경계와 긴장 대신 한없이 편안한 숨을 쉬길 바랍니다. 더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좋아하는 간식을 마음껏 먹고,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맘껏 누리길 기도합니다.

💌 무열이에게 💌
무열아, 너는 언제나 주변을 살피고, 사람을 찬찬히 관찰하다가 조심스레 움직였지. 그런데 손에 간식이 보이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움직였잖아. 그 순간만큼은 용기를 냈고, 커다란 발을 서툴게 움직이며 다가왔어. 간식을 받아먹을 때 너의 눈빛엔 순간적인 반짝임이 있었어. 간식 없이 손이 빈 걸 알면 휙 돌아서던 그 뒷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 경계와 호기심이 한 몸에 있는 무열이만의 사랑스러움이 있었어.
세월이 흐르며 네 얼굴에 희끗희끗한 털이 하나둘 늘어갔어. 구조된 지 벌써 8년, 너는 긴 시간 동안 사람에게 완전히 마음을 놓진 않았지만, 예전처럼 놀라 도망가진 않았어. 가끔은 낮잠을 자며 햇빛을 그대로 받기도 하고, 함께 구조된 친구들과 잔잔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는 두려움과 불안을 품고 살았을 거야. 그럼에도 사람 곁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 너의 용기에 고마워. 무열아, 이제는 더 이상 경계하지 않아도 돼.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겁내지 않아도 돼. 마음껏 달리고, 마음껏 쉬고, 마음껏 먹어도 좋아.
안녕, 무열아. 너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의 순하고 조용했던 모습이 오래 남을 거야.
무열이의 평안을 함께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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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경 2025.08.14
이 세상에 머물렀었던 시간동안 아픔은 모두 잊어버리고 평안이 너에게 가득하길... 기도할께. 미안해
강사은 2025.08.14
무열아 이 세상에 와서 고생 많았어. 너를 기억할게. 편안하게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