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장 이상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는 구슬이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그다음 날인 3월 27일 새벽, 급성 심장쇼크가 와 고양이별로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
신입 활동가는 많은 수의 보호 동물에 압도당하게 되는데 그 많은 동물 친구들 중, 유독 뇌리에 박히는 몇몇 친구들이 있습니다. 단연코 구슬이도 그런 친구들 중 하나인데, 생김새부터 일반적인 코숏과 달리 약간 눌린 듯한 얼굴 모양, 나이에 비해 월등히 작은 체구, 무엇보다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모래를 사용하지 못하고 바닥에 대소변을 보는 행동 등등... 처음에는 실수인가? 싶었지만 구조 사연을 듣고 보니 구슬이의 행동이 이해가 가면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애니멀호더였던 이전 보호자에 의해 42마리 시츄들과 한 방에 지내면서 도망가지 못하게 1m의 짧은 줄에 묶인 채 생활해왔던 구슬이... 행동반경과 고양이의 습성이 거세당한 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기만 바랐을 구슬이가 우리에게로 와서... 편안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출근하면 물을 갈아주면서 구슬이의 대소변을 치우고, 소변 색을 확인하는 게 하나의 루틴이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들만 남았습니다..
구슬이가 입양 가서 온전히 사랑받고 안정감을 느끼게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좋아지지 않을까, 궁금했고 많이 바라왔는데... 구슬이에게는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나 봅니다. 흔한 하악질 한 번 안 할 정도로 순했던 우리 구슬이... 많은 친구들이 함께 지내는 집단생활이 견딜만했을까, 구슬이는 정말 편안했을까, 돌이켜보니 이런 생각들만 하게 됩니다.
지난달 스케일링 받고 와서 부쩍 애교도 늘고, 밥도 잘 먹어서 우리에게 늘 웃음을 안겨주었었는데... 아프면 티 좀 내주지 구슬아... 아프다고 나 지금 너무 아프다고... 더 아픈 친구, 더 외로워하는 친구들에게만 더 신경 쓰느라 우리 구슬이 아파하는지 알아채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끝까지 착하기만 했던 구슬이... 가족의 품에서 따듯하고 충만한 사랑 느껴보길 바랐는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구슬아...
구슬아, 그곳에서는 너를 묶어놓을 1m의 짧은 줄도, 많은 친구들 속에서 신경전 펼칠 일도 없을 테니 그저 자유롭게 행복하게 구슬이답게 지내고 있어.
꼭 보러 갈게, 우리 구슬이...
사랑해, 구슬아.
구슬이를 떠나보내며 박영미 활동가가 씁니다.
강재선 2020-03-31 10:59 | 삭제
고생많으셨습니다 구슬아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항상 기억할게
조원경 2020-03-31 11:22 | 삭제
그래도 버텨주길 바랬는데.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이젠 건강하게 잘 뛰놀길..
오지연 2020-03-31 13:19 | 삭제
구슬이 대모입니다 ㅜㅜ구술이의 부고 소식을 듣고 너무나 먹먹하고 마음아프네요
이곳에서의 마음아픈 기억은 모두 잊고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행복하게 뛰어놀고 웃길 손모아 기도합니다
구슬아 사랑해 ♡♡ 너는 소중하고 귀한 최고의 고양이었단다 ♡ 영원히 널 기억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