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장하다, 빅터!

온 이야기

장하다, 빅터!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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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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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글 오정민 활동가


모처럼 화창한 날 빅터가 하늘을 봅니다. 

하늘은 철창에 가리지도 차가운 유리 너머도 아닙니다. 푸르고 투명한 하늘을 그저 올려다봅니다. 




빅터는 양주 개 농장에서 구조된 7마리 개중 가장 큽니다. 그리고 두려움도 가장 큽니다.

같은 일에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의 폭이 다르듯 빅터는 트라우마가 가장 많이 남아 있습니다. 크다는 이유로 더 함부로 다뤄졌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불안함 때문에 빅터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편안하게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산책을 할 수도, 사랑을 받을 수도 없었죠... 조그만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구석으로 들어가 바들바들 떱니다. 

온 센터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빅터는 그래도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모든 면에서 조금 더 안정감을 찾았습니다. 때로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면 마음껏 쿠션을 물고 던지면서 신남을 표현하기도 했었죠. 




안쓰러웠던 건 빅터가 친구들이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있을 때도 꼬리를 흔들며 유리창 너머로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는 겁니다. 감당하지 못할 두려움이 눈앞에 닥치면 빅터는 제어하기 굉장히 힘듭니다. 동공이 풀리고 발버둥 치죠. 높은 담도 훌쩍 넘어버리는 빅터를 산책로에 그냥 풀어두기엔 너무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목줄에 리드 줄까지 두 개를 걸고 활동가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첫날은 나왔다가 그 자리에서 그냥 들어갔습니다. 둘째 날도 그냥 들어갔습니다. 셋째 날은 보폭을 맞춰서 두 걸음 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몇 주간 똑같은 반복이었습니다. 거북이가 아니라 달팽이 수준이었죠.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빅터는 예상과 다르게 훌쩍 대담해졌습니다. 가속도가 붙는 속도는 굉장히 빨라서 한 달을 제자리 였다면 단 일주일만에 좁은 산책로를 지나 운동장으로 나왔습니다! 




축 처진 꼬리가 올라가는 건 보다 더 오래 걸렸습니다. 산책로에 나와서도 꼬리를 세우고 마킹을 하며 영역 표시를 하기 시작했죠. 빅터가 안정됨에 따라 짧았던 목줄도 긴 줄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빅터도 산책을 합니다!! 산책 시간 전부터 들떠있는 빅터는 즐거워 보입니다. 봄이 오면 꽃향기도 맡고 여름이 오면 나무 그늘이 시원하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요. 아직 빅터에게 다가올 많은 일들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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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윤정임 2020-02-28 14:43 | 삭제

아 ~~~~ 우리 빅터 쵝오! 빅터를 이끌어 준 우리 활동가들도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