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어제 서울 시내에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얼룩말이 등장해 주택가와 도로 등을 여기저기 활보한 것입니다. 도심에 나타난 얼룩말은 인근에 위치한 어린이 대공원에서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룩말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를 우왕좌왕하다가 마취총 7발을 맞고 생포되어 3시간만에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갔습니다.
SNS와 뉴스 등을 통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 위를 달리는 얼룩말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도시에서의 얼룩말은 너무도 어색하고 이질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도심에 얼룩말이 나타나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면 전세계 동물을 모아 한곳에 가둬둔 동물원이야말로 정말 이상한 장소 아닐까.
사막에서 정글, 북극부터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동물원에 전시되고있는 동물들의 고향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콘크리트 벽에는 그들의 고향을 닮은 벽화가 그려져있고 시멘트 바닥에는 바위나 빙하 모양을 한 조형물이 설치되어있습니다. 가짜 고향을 흉내낸 사육장에서 동물들은 텅빈 눈으로 멍하니 관람객들을 바라보거나 무기력에 빠져있고, 정신병에 의한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곳에서 재미를 느끼고 교육을 이야기합니다.
얼룩말이 도심 속 차도를 달리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듯 모든 동물에게는 진짜 어울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그 장소가 비좁은 케이지 안이나 유리장 너머 사육장이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어떤 동물은 깊고 넓은 바다에, 또 다른 동물은 푸른 창공에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동물원은 그들에게서 헤엄치고 달릴 자유를, 하늘을 날고 산에 오를 기쁨을 앗아가야 만들 수 있는 착취의 현장입니다.
작년 말 통과한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은 동물원에 갇혀 이용당하는 동물의 복지를 어느정도 개선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있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열악한 시설을 없애고 처참한 환경에서 동물을 전시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하위법령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법과 제도의 변화만큼 중요한 것은 동물 전시를 소비하지 않는 일입니다.
이번에 탈출한 얼룩말의 이름은 ‘세로’, 2021년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두 살짜리 얼룩말 ‘세로’에게 난생 처음 달려본 울타리없는 세상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요. 얼룩말 탈출 사건을 접한 많은 시민들은 어린 얼룩말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에 안타까워했습니다.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간 뒤 기다리고 있는 자유가 없는 삶에도 슬퍼했습니다. 이 모든 마음이 모여 언젠가는 동물들의 감옥, 동물원이 사라지기를 소원합니다.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동물 전시 반대를 외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