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거제씨월드에서 조련받는 벨루가
거제씨월드에서 벨루가(흰고래) 중 일부를 필리핀의 수족관으로 반출할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국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본격적인 반대 운동을 시작합니다. 3월 26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동물자유연대는 국제환경보호단체인 ‘어스 아일랜드 인스티튜트(Earth Island Institute, 아래 EII)’와 함께 거제씨월드를 규탄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EII 필리핀 지부는 필리핀 워터파크인 ‘마닐라 오션파크(Manial Ocean Park)’에서 벨루가 수입을 정부에 요청했고, 이 벨루가들은 한국에서 들여올 예정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닐라 오션파크는 거제씨월드의 실소유자인 림치용 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 현재 벨루가 전시를 위한 수조를 공사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루가는 북극해에 서식하는 동물로, 필리핀처럼 열대기후인 나라에 사는 것은 벨루가의 건강과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002년부터 대만에 수입된 벨루가 열 마리 중 일곱 마리가 폐사하고, 현재 세 마리만 생존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멸종위기종(CITES)종 수입 시 정부가 자문을 구하는 과학기관(scientific authority)인 필리핀 국립박물관과 실리만 대학의 해양과학대학은 모두 해당 벨루가의 반입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두 기관은 △북극해에 서식하는 벨루가가 열대기후인 필리핀에서 사육될 경우 폐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벨루가의 수출, 수입 모두 야생에서의 벨루가 개체수 제거로 인해 종 보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밝혔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3월 22일 거제씨월드를 방문해 벨루가들을 관찰한 결과, 강한 햇볕 때문에 머리 부분에 일광 화상을 입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야생에서보다 수면 위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 야외 수족관 고래에게 흔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멜라닌색소가 적은 벨루가는 더 햇볕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해에 서식하는 벨루가가 얕은 거제씨월드 수조에서 사육되고, 게다가 훈련과 먹이주기 체험에 이용되면서 머리를 수면 밖으로 내놓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화상을 입은 것입니다.
또한 강한 햇볕때문에 벨루가가 머리를 내밀 때마다 눈이 부셔 계속적으로 눈을 질끈 감는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거제씨월드는 조련사와 관람객들도 선글라스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햇볕이 강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기후에서도 고통 받는 벨루가가, 훨씬 기온이 높은 필리핀에서 받을 고통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벨루가 머리 부분이 햇볕에 탄 모습. 야외수족관의 고래류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거제씨월드 벨루가는 모두 러시아에서 야생에서 포획된 어린 동물들입니다. 벨루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에 근접한 종으로, 어린 개체들을 야생에서 제거하는 것은 동물복지뿐 아니라 벨루가의 멸종을 앞당기는 위험한 일입니다.
필리핀의 야생동물자원보존법은 ‘멸종위기종 수입이 야생동물의 생존과 서석지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즉, 야생에서 직접 잡힌 고래류의 수입이 금지된 필리핀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한국에 벨루가를 잠시 데려왔다가 재반출하는 ‘꼼수’일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거제씨월드가 벨루가를 필리핀으로 반출해 고통을 주는 대신, 이제라도 러시아에 되돌려보내 야생으로 방류하기를 촉구합니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일본 타이지에서 잡힌 돌고래처럼 야생에서 포획된 고래류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고래 수입을 무분별하게 허가해 대한민국이 ‘벨루가 세탁국가’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전시용 고래류의 수입을 엄격하게 금지해야 합니다.
*3월 26일, 벨루가의 필리핀 반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주세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벨루가의 대변인이 되어주세요!
-일시: 3월 26일 오전 11시
-장소: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30호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