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분리수거를 하러 나왔다가 지나가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아는 고양이 같아서 야옹~ 하고 불렀더니 고양이는 멈춰 쳐다보더니 뒷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뼈와 가죽밖에 없는 것처럼 너무 여위어 보였습니다.
고양이를 만나면 주려고 우편함에 넣어뒀던 습식사료를 가져다가 놔줬지만 먹지 못했습니다. 물도 주었지만 먹지 못했습니다. 지인 중에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있어 연락했더니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따뜻하게 해 주고, 설탕물을 먹여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털이 젖은 상태로 엎드려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리를 비우면 고양이가 사라질까 걱정되어 가족에게 케이지를 가지고 오라고 해서 고양이를 집으로 옮겼습니다.
고양이는 온몸이 경직되어 있었고 눈을 만지는데도 깜빡이지도 못하는 것이 마치 죽어있는 고양이를 데려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시 지인에게 영상통화로 고양이 상태를 보여주니 빨리 응급실로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가까운 24시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저체온증과 극심한 탈수 때문에 쇼크가 온 것 같다며 치료를 시작하였고 일단 체온이 회복된 후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장염이 너무 심해 염증, 혈당, 백혈구 수치들이 전반적으로 모두 높아서 위험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고양이의 눈이 살려 달라고... 살고 싶어서 구조자를 찾아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치료를 계속했지만 입원 후 5일이 되어도 고양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꽤 많은 병원비가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치료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가 잘 견디고 있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에 차마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입원 중인 고양이를 면회하면서 힘 내라고... 잘 하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내서 치료 잘 받고 같이 집으로 가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면회를 가니 수치들이 조금씩이지만 좋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도 살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힘을 낼 수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입원 8일차가 되자 고양이는 드디어 콧줄을 빼고 건사료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사료를 먹일 때는 먹지 않다가 구조자가 손바닥에 사료를 올려 주면 잘 먹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15일만에 퇴원했습니다.
아직도 냥이는 아침저녁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도 맞아야 하지만 몸무게가 퇴원할 때보다 600g이나 늘었습니다. 구조자가 다가가면 캣타워에서 내려와 궁디팡팡해 달라는 듯 부비적거리거나 골골하는 소리도 내며 애정을 표현합니다. “냥이를 원래 친구 집으로 입양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반려묘 꼼이랑 사이가 좋아서 쭈욱 같이 지낼 수도 있어요. 이름도 ‘꼼냥꼼냥’ 잘 지내라고 냥이라고 지은 거랍니다.”
박은하 2024-12-08 20:22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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