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쓰담쓰담] 구내염으로 아기들을 핥아줄 수 없었던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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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구내염으로 아기들을 핥아줄 수 없었던 릴리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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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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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추웠던 지난 겨울 출근하는 길가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구내염이 너무 심해 입술 양쪽으로 염증이 있었고 입술에는 고드름이 달려 괴로워하는 표정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챙겨간 사료와 물을 주고 다음에는 부드러운 간식을 가져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찾아가니 사료도 조금밖에 먹지 않았고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었습니다. 털이 숭숭 빠지고 그나마 남은 털들은 빗자루처럼 다 서 있는 모습. 비쩍 말라서 갈비뼈가 다 드러난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매일 점심시간에 찾아가서 간식과 사료를 주기 시작했고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도 걱정되어 고양이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꼭 치료해 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 겨울엔 건강한 몸으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렇게 봄이 되었고 고양이는 조금씩 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더 친해지면 구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조를 계획했는데 이웃 어르신이 고양이가 임신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설마 했는데 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고 구조 계획도 미루어졌습니다. 얼른 수술을 해주고 반려묘가 되어 더는 이렇게 힘든 삶을 살지 않게 해주고 싶었는데... 게다가 무더운 여름에 출산하여 아기고양이들을 키운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여름휴가를 갔다 와 고양이를 찾아보니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만에 나타난 고양이는 배가 홀쭉해져서 사료를 주던 곳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료와 간식을 주고 아기고양이들을 찾아보니 근처에 창고에 있었습니다. 상자 안에 아기고양이들이 있었는데 상자 사이에 다리가 낀 채로 1마리가 죽어 있었고, 구내염에 걸려 제대로 핥아주지 못해 그랬는지 아기고양이들의 상태가 엉망이었습니다. 구조자는 그 모습에 눈물이 쏟았습니다.

평평한 선반에 담요를 깔고 그 위에 고양이를 올려주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보니 고양이는 아기고양이들과 함께 이소해 버렸습니다. 고양이를 찾아다닌 지 이틀 만에 발견했지만 고양이는 또 이소를 했습니다. 아픈 아기고양이 한 마리만 남겨두고.

구조자는 아픈 아기고양이를 친한 지인에게 입양을 보냈습니다. 건강한 아기고양이들 중 한 마리는 동네 이웃이 데려갔고 두 마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기고양이들은 열흘 넘게 보이지 않았고 그때 어미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수의사선생님은 고양이의 모든 이빨이 다 녹아버려서 수술 후 남길 수 있는 이빨이 하나도 없다고. 이런 몸으로 어떻게 새끼를 낳고 키웠는지 모성애가 아주 강한 아이라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리고 입양되어 정말 잘 됐다면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었습니다.

고양이 릴리는 지금 구조자의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길에서 큰 개들에게 공격받은 경험이 있었는지 구조자의 반려견에게 펀치와 하악질을 많이 했었지만, 지금은 평화를 찾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