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어린 아이들이 이웃 반려견에 물려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 아동들이 겪었을 공포와 고통에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빠른 쾌유를 빕니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한 듯 개에 대한 안락사가 거론되곤 합니다. 사고 뒤 한 견주는 자신이 먼저 나서 개를 안락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견주의 이 같은 입장이 전해지자 당연한 결정이라며 동조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락사가 개물림 사고의 진정한 해답일까요?
동물자유연대는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안 마련을 요구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개물림 사고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맹견을 관리하는 ‘기질평가제’를 명시해 2024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개는 기질 평가를 거쳐 사육 허가 또는 안락사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질평가제는 개물림 사고 예방책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기질평가제는 사고가 발생한 뒤 개의 기질을 평가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므로 사고 후 처리일 뿐,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는 아닙니다. 개의 기질은 견주가 개를 어떻게 키웠는지, 개가 어떠한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환경적 요인을 면밀히 살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를 발생시킨 개의 견주가 다시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가 필요합니다.
반면 이러한 기반 없이 이루어지는 기질평가제는 개를 죽일 합당한 구실을 마련해주는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습니다. 견주에 대한 교육이나 소유권 제한 등의 방안은 부재한 상황에서 단지 동물을 죽일지 살릴지만 결정하는 건 개물림 사고 대책이 아니라 개에게 앙갚음을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게다가 국내에는 짧은 목줄에 묶여 본능과 습성을 억압당하며 사는 야외 사육견이나 뜬장과 같은 개농장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육되는 개들이 수 없이 많습니다. 또한 중성화되지 않은 방치견들의 번식으로 인해 야생화된 떠돌이견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물림 사고의 위험은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반려동물 관리방안 국민의견 조사>에서는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안락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물보호 담당 부처임에도 사고 예방을 위해 심도깊은 노력을 하는 대신, 개를 죽여 없애는 것으로 사안을 무마하려는 일차원적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항목입니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 개를 죽여야 한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적 논의는 정작 예방을 위한 노력을 가로막아 안타까운 사고를 되풀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물림 사고를 자극적인 소재거리나 혐오의 구실로 바라보는 시각을 거두고,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인 교육, 동물 소유 제한, 중성화 지원,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 사육 금지 등 개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다각도에서 접근한 실효성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동물자유연대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