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오랜 시간 마을의 안녕(安寧)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며, 동물을 공개 도살해 재물로 삼는 악습이 남아 있습니다.
충청남도 태안군 황도(黃島)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이 되면 어민들의 안녕(安寧)과 풍어(豐漁)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냅니다. 1991년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황도 풍기풍어제’는 제사 과정에서 소를 공개 도살해 재물로 삼는 행위가 지속됐습니다.
2024년 2월, 동물자유연대는 태안군에 동물보호법 및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소지에 대해 설명했고, 태안군은 마을 주민들과 논의해 공개 도살 대신 미리 도축된 지육을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편, 제주도 전역의 마을에서는 마을제인 포제(酺祭)가 열립니다. 2024년 12월, 동물자유연대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마을에서 돼지를 공개 도살하는 희생 의례가 열린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와 마을회에 공문을 보내는 등 공개 도살을 막기 위해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5~6일, 직접 제주도로 내려가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관습적인 도살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은 완고했습니다. 외부인이 제사를 지내는 곳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부정(不淨)하다 생각하기에 고성과 욕설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공개 도살은 하지 않겠으나, 살아있는 돼지를 현장에 데려와 제사에 올리기 적합한지 확인한 뒤 도축장으로 이동해 도축해 지육을 가져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공개 도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생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나 전국적으로 공개 도살을 하는 제사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통계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80여 개 마을에서 포제(酺祭)가 진행되며, 이 중 공개 도살 방식을 채택하는 마을은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지자체 동물보호 담당 부서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가 이번 사안을 대응하며 서귀포시 동물보호팀에 연락을 취했으나, 해당 부서의 소극적 태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만약 공개 도살이 이루어질 경우 현장에서 이를 막아달라 요청하자 서귀포시는 “공개 도살이 동물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자기는 도살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 등의 이유를 들며 현장 점검을 거부했습니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방관 또한 관습처럼 이어지는 동물학대를 중단하는 데에 한계로 다가옵니다.
선조들의 얼이 담긴 전통을 가꾸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의 책무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과 발 맞추어 변화할 수 있을 때 전통은 진정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꾸준히 공개 도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동물을 제물로 삼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님을 우리 사회에 알려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