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길고양이

Stray Cats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 모두가 사람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길에서 태어나 살아온 동물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사람에게 키워지다 집을 나오거나 버려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처음부터 길에서 나고 살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길고양이와의 동행]고양이 이야기 9편-나비의 사랑이야기
동물자유연대 2013-08-21 오후 2:55:33 5034 398
 
우리 아파트 8동 건물의 모퉁이에서 사는 길냥이 나비는 오며 가며 귀엽다고 쓰다듬는 사람들의손길을 잘 받아줘 주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지닌 아이입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아파트 1층 베란다 주변 수풀이 우거진 곳을 향해 작은 소리로 "야옹 야옹" 하면 어김없이 저편 수풀 안에서도 "니아옹~~니아옹~~" 하는 나비의 숨 넘어가는 작은 소리가 들립니다. 3층, 4층, 5층, 7층, 9층12층... 19층... 등에 사는 주민들도 현관을 들락거리며 "야옹~~" 하면 어느 구석에서 "이~~아옹"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사람 좋아하는 나비지만 밥만은 꼭 제가 주는 것만 먹습니다. 아기고양이일 때 성장점이 부러져 다친 나비를 보고 애처로운 마음에 처방 받은 약을 먹이려고 주식통조림에 멸치가루, 사료를 섞어 먹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습관이 돼 아직도 나비만은 매일 특별식을 주기 때문이죠.
이렇게 애지중지 예뻐하는 나비가 7동 사는 흰얼룩순이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겨 저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흰얼룩순이가 나비만 특별식을 먹는 걸 금방 알아채고 나비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는데 다른 녀석이 먹이 근방에서 얼쩡거리면 달려들어 쫓아내버리는 나비가 어찌된 일인지 이 흰얼룩순이가 얼쩡대면 오히려 슬쩍 자리를 비켜줍니다. 그러면 흰얼룩순이는 "저리 비켜!" 하듯 냉큼 달려들어 나비만의 특별히 맛있는 먹이를 다 먹어 치웁니다. 그리고는 냉정히 다른 곳의 먹이통으로 가 버립니다. 행여 나비가 다가와 찝적거리면 "까불지말라"는 듯...가차없이 앞발로 나비 머리통을 쳐댑니다. 이런 못된 것~~. 사실 흰얼룩순이는 나비가 아닌 7동 터줏대감 큰누렁이를 좋아하거든요.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비는 특별식도 흔쾌히 내줄 수 있는 흰얼룩순이의 마음을 빼앗아간 큰누렁이를 연적으로 생각했던지 계속 싸움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귀가 찢기고, 뒷다리가 물리고, 목덜미에도 상처가 나고... 매일 늦은 밤 연고와 소독약으로 나비의 상처를 닦아 주는 게 제 일과였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서열이 어느 정도 확립이 되었는지 싸우려 하진 않지만 흰얼룩순이가 큰누렁이와 함께 오솔길 건너 철쭉 덤불 안 급식소에서 정답게 먹이를 먹고 있으면 안달이 난 나비는 어쩔 줄을 모릅니다. 매번 근처까지 다가가서 다른 철쭉에 몸을 숨긴 채 흰얼룩순이와 큰누렁이를 바라보고... 나무 밑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서 또 쳐다보고...하는 것이죠. 그러다가도 다음 날 또 흰얼룩순이가 나비 밥을 뺏어 먹으러 오면 어김없이 제가 준 특별식을 양보해 버립니다. 특별식을 먹고 있는 흰얼룩순이에게 슬쩍 앞발을 대어보며 집적대보기도 하지만 밥과 순정을 구별하는 흰얼룩순이는 그럴 때 마다 가차없이 앞발로 나비의 머리통을 연타합니다. (고양이들이 앞발을 이리도 잘 쓰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면 나비는 속이 상한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고 화단 앞에 주차되어있는 차 번호판 앞으로 가서 늘어집니다. 측은한 마음에 잘 달래주면 그냥 작은 소리로 "야옹, 야옹"하다가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이런 나비와 흰얼룩순이, 큰누렁이의 모습에 애가 타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길에서 혹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민원도 줄고, 녀석들의 삶도 보장되지요. 이런 생각을 하면 저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얼른 중성화수술을 시켜줘야지 싶습니다. 그래서 몇 번 마음을 다졌지만 나비에게 중성화수술을 시켰다가 완전한 왕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계속 미룹니다. 또 그러다 발정이 나고, 개체수가 늘어 민원이 생기면 아파트에서 쫓겨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지고, ‘그래, 중성화수술을 해줘야지’ 또 다시 마음먹게 됩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올해 초 결국 나비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켰고, 나비는 약간 의기소침해진 듯 보였지만, 이내 주위 고양이들과 어울리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흰얼룩순이 대신 노란 고양이 순이와 어린 노랑돌이 등 새로운 친구가 생기기도 했구요. ^^
다행히 저희 아파트 길고양이들은 아파트 주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평화가 깨지지 않도록 앞으로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최근 강동구에서는 길냥이 급식소를 만들고, 봉사자와 함께 중성화 수술도 해주는 등 길냥이와 공존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모든 길냥이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댓글
  • 홍소영
    2013-08-22 오후 1:22:51 | 삭제
    아직도 아파트 단지내에 길고양이 밥주기에 반대하고 훼방을 놓거나 죽이는 곳도 많지만 이렇게 우리 <길고양이와의 동행> 스토리에는 희망이 보이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고 위로가 됩니다. 조정제님. 고맙습니다~
  • 이기순
    2013-08-22 오후 1:30:44 | 삭제
    나비는 짝사랑에 애가 탈텐데, 저는 왜 이렇게 웃음이 날까요. ^^;;;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 공유해 주신 조정제 님께 감사드립니다.
  • 조정제
    2013-08-25 오전 12:30:58 | 삭제
    나비의 극진한 구애로 흰얼룩순이는 점차 나비와 친해져 갔습니다.
    저도 7동에 사는 얼룩순이와 큰누렁이에게 겨울을 나도록 겨울집을 2개 만들어 주었는데요... 나비집 못지않게 아늑하고 포근한 집이 생겨 흰얼룩순이가 너무 좋아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난해 11월 중순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청소를 하여 지하에 있던 천 수백대의 차들이 모두 지상으로 올라와 아파트에는 차들로 들끓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적응하지 못하고 흰얼룩순이는 그만 차에 치어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얼룩순이는 자기가 태어나고 살았던 7동 앞 정원에 경비원이 잘 묻어줘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나비는 얼룩순이가 떠난 후 11월~12월 내내 하염없이 흰얼룩순이를 기다리고...
    찾아 다니고 하다가... 올 1월 하순 경에야 비로서 바로 위 사진의 주인공인 노랑순이를 만나게 되었고 현재 우리 8동 마당에서 노랑 돌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 김수정
    2013-08-26 오전 9:27:37 | 삭제
    얼룩순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구요?!! 너무 맘이 아프네요 매일 매일 기다렸을 나비 마음은 어땠을까..가여운거..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랑앞에선 다 바보가 되나봐요...
  • 정진아
    2013-08-27 오후 5:08:24 | 삭제
    흰얼룩순이가 떠난 사실도 모르고 계속 기다렸을 나비를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네요. 나비가 상처를 잊고 새로운 친구들과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길 바랍니다.
  • 조정제
    2013-08-28 오전 1:11:08 | 삭제
    나비가 한달 반정도는 얼룩순이를 기다리고... 지치면 흰얼룩순이가 잘 다니던 아파트 단지내 오솔길에서 행여나 만나게 되게 될까 하며 헤메고...
    이러다가 며칠동안(한 3일) (나비가 자기)집엘 들어오질 않는 겁니다.

    나비집은 우리 8동 현관 옆 양지바른 베란다 밑에 겨울나기 집을 은밀하게 마련해 줬는데요...

    할 수 없어 밤 늦게 아파트 단지 구석 구석을 다니면서 휘파람을 불곤 하였는데... 제 휘파람 소릴 듣고 저쪽 아파트동(3동)쪽에서 나비가 아주 크게 울더라구요...
    제가 간다는 표시로 휘파람을 계속 불면서 찾아가 보니...
    3동 경비실 뒤 눈녹은 담벽에서 나비가 움직이질 못한채 쪼그려 앉아있는거였습니다.

    어릴때 부러진 앞발목(성장점이 부러져 수술을 못한다하여 4개월간 약을 먹여 고쳤던 그 발목)을 잘 쓰질 못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안고 와서 나비집에다 넣어두고 다음날부터 약을 지어와 한 일주일 먹였더니 건강을 회복하였고..

    그 이후부터 점차 원기를 찾더니만... 어린 노랑순이를 만나게 되어...
    비록 지금은 나비가 중성화 수술을 한 상태지만 그래도 그 전에 부부의 연을 맺은 순이와... 그리고 어미없는 아기 길냥이었던 (노랑)돌이를 나비가 기특하게도 아기때부터 자기 밥을 먹이며 돌보아 주던데요... 이제는 다 큰 그 돌이와 이렇게 셋이서 잘 살고 있습니다.

    간혹 나비에게 불임수술을 시켜준 것에 대하여 미안해져 더 잘해 주고 있습니다. 노랑순이도 건강을 회복하면 불임수술을 시켜 주겠습니다. 돌이도 조만간에... 미안하지만 불임수술을 시켜줄 작정입니다.

    수술에 따른 거금이 또 날라가겠네요...(아이들 건강을 생각해서 동네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시켜주거던요. 그래야 수술후에도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키우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지만 그래도 기쁘고 행복한 일이기에 기꺼이 이 일을 합니다.
    모든 길냥이들을 챙겨줄 엄마 아빠가 아주 많이...
    생겨나기를 기원하면서 )

    입니다.
  • 이경숙
    2013-08-29 오전 11:05:54 | 삭제
    조정제님의 나비 이야기 ...
    따스한 감동스토리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같은 캣맘으로서...